사회
'식칼·개구리·벌레' 나온 軍급식, 납품 업체는 안 바뀌었다
입력 2021-10-05 11:07  | 수정 2021-10-12 12:05
사진 = 안규백 의원실 제공
"100점 중 95점 넘으면 군납 업체로 선정"
"이물질 발견 시 0.2점, 경미하면 0.1점"
경고 10번 받아도 경미하면 1점 감점

지난 2016년 A업체가 육군에 납품한 김치입니다. 김치가 담긴 봉지 안에는 '식칼'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사진 = 안규백 의원실 제공

한 군인이 받아 온 급식판에는 반찬 칸에 개구리 한 마리가 떡하니 들어있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머리카락, 비닐, 플라스틱 조각 뿐만 아니라 벌레, 철사까지 군납 식품에서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식품을 납품했던 업체는 지금까지도 군납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 = 안규백 의원실 제공

5일 방위사업청과 육군본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이 같은 처참한 상황이 드러나 있습니다.

한 군납 업체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년 동안 이물질 검출 횟수가 22건에 이르고 이에 따라 시정 조치를 받았지만 올해 97억 원 규모의 신규 계약을 따냈습니다.

이 업체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이물질 발견 사례가 보고된 다른 업체들도 현재까지 군납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햄버거 빵에서는 곰팡이가 발견됐고, 고기에서는 철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치 속 식칼은 한 직원이 앙심을 품어 일부러 넣었고, 빵은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나 곰팡이가 폈다는 등 업체들의 해명이 나왔지만 몇 번이고 이물질 발견은 계속된 겁니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은 "이물질 검출로 제재를 받은 업체가 군납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유명무실한 제재 규정이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군 규정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95점이 넘으면 군납 업체로 선정될 수 있습니다. 품질 하자가 발견되면 감점 되는데, 중대한 이물질이 발견될 경우 0.2점, 경미한 경우에는 0.1점이 감점 됩니다. 이렇듯 이물질 검출에 대한 감점이 업체 선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한 상황입니다. 아무리 경고를 많이 받아도 100점 중 1점도 되지 않아 업체 선정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겁니다.

안 의원 측은 "내 자식이 먹는 음식에서 식칼, 곤충, 대장균이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면서 장병들의 먹거리 위생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 오늘날 군의 현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물질 검출돼도 수수방관하고 반성하지 않는 업체가 다시는 군납에 참여할 수 없도록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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