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남북 정상 대화 '장밋빛' 기대…전문가들 "낙관 금물"
입력 2021-09-26 18:19  | 수정 2021-12-25 19:05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 / 사진 = MBN
박수현 "연내 남북 정상대화? 여건 충분"
정성장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 면밀 검토해야"
신범철 "핵보유국 지위 획득 의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잇따라 담화를 내면서 남북 정상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 부부장은 24일 담화에서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남북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회복과 발전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25일에는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와 남북정상회담 같은 관계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수현 "남북 정상 대화 가능성"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 사진 =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6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 대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서 개최할 예정인 올림픽을 거론하면서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 평화를 거론하기에 앞서 역내 평화, 한반도 평화의 어떤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세계 평화 올림픽을 성공시킬 수 있는 명분 아니겠나"라고 덧붙였습니다. 동북아 역내의 가장 중요한 현안 가운데 하나인 남북 문제에서 중국이 올림픽을 계기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 "중국의 역할이 기대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종전선언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때 남·북·미가 함께 서명을 한 것"이라면서 "대화의 테이블만 열리면 그 문제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서로 서명했기 때문에 충분히 추진할 만한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표한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굉장히 희망적"이라며 "트럼프 시대에 있었던 성과들을 인정하고 가야 된다, 그것은 북한에게도 굉장히 좋은 시그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노 딜'로 끝났던 하노이 수준의 대화까지만 되도 대화 테이블이 열릴 수 있고,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남북 정상 대화가 연내에 열릴 가능성이 있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외교·안보 전문가가 아니지만 그런 흐름을 이렇게 보면, 충분하게 그런 여건들은 충분하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장 "북 태도 변화, 중국 협의 가능성"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부부장이 24일 담화에서는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가, 25일 담화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여정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는 중국과의 협의가 중요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내년에 있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바라고 있고, 북한도 언제까지나 국경을 폐쇄하고 고립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남북대화 재개를 진지하게 검토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 정부는 이번 기회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면서도 "김여정의 대남 유화 발언을 너무 확대해석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빠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경계했습니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남측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가 한미 연합훈련의 완전한 중단과 우리 측의 미국 첨단무기 도입 중단을 의미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김 부부장이 '대북 적대시 정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도 상황에 따라 대남 유화정책과 강경정책을 선택하는데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범철 "핵보유국 인정하라는 것"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층 더 우려섞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신 센터장은 "김여정 부부장이 던진 종전선언과 정상회담의 조건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라면서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에 목말라하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이용해서 그간 추구해온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고자하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이간하기 위한 것으로 우려하면서 "북한의 꼼수에 넘어가면 30년 넘게 이어온 북한 비핵화 전략이 물거품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국제사회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도발'로 규정하는 이유가 "핵무기 개발로 인해 유엔이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도 유엔 회원국이고 따라서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야하는 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은 국제법적으로 도발이 되는 것이고, 금지되지 않은 나라는 탄도미사일 발사가 정상적인 군사활동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바로 이 본질적인 문제를 들고 나왔다. 자신들과 한국에 이중기준을 철회하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의 불법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부르지 않는다면 그 불법성을 눈감는 것이 된다. 이는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제안에 대해서도 "전략환경이 변하지 않았는데 북한이 왜 지금 갑자기 이런 독이든 사과같은 제안을 했을까.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기에 이를 이용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관측하면서 "정부의 체면유지용 성과를 위해 지난 30년간 이어온 비핵화 원칙이라는 국익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현 정부를 비롯해 다음 정부도 "북한은 자기들이 필요할 때 대화에 나온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줄 아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