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경 35% "성희롱 당한 경험있다"…피해자 절반 "사무실서 발생"
입력 2021-09-26 13:12  | 수정 2021-09-26 16:32
[자료=이은주 의원실]

경찰이 지난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실태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1명 꼴로 성희롱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6배 이상 피해 경험을 호소했다. 성희롱 피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사무실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26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조직 내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경찰 내부에서 일어난 성희롱 피해 경험에 대한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12.1%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5.3%, 여성이 35.0%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외모에 대한 평가나 성적 비유'가 8.0%로 가장 많았고,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5.5%),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하는 행위'(2.6%),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행위'(1.6%) 등이 뒤를 이었다. 1%를 넘기지 않았지만 성적 요구를 전제로 이익을 제안하거나 성적 관계를 요구하는 행위를 당했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성희롱 행위자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67%(남성 58.2%, 여성 74.5%)가 성희롱 가해자로 '상급자'를 지목했다. 피해 발생 장소로는 '사무실'이 53%로 가장 많았다. '회식 관련 장소'(28.2%), '순찰차'(5.9%), '출장·외부미팅'(1.9%) 등의 경우에서도 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이 잇달았다.

성희롱 피해를 당했을 때 대처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75.1%가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참고 넘어 간 이유로는 36.9%가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서'라고 응답했고,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2.4%),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32.2%),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30.5%), '업무 및 인사 평정, 보직 등의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돼서'(24.3%)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라는 응답도 5.0%로 집계됐다. 여성의 경우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40.4%),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9.8%) 등의 답변이 각각 1위, 3위 이유로 집계돼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암시했다.
조직 내 성희롱 신고 후 처리결과 만족도를 묻는 문항에서는 신고자의 절반인 51.0%만 '만족한다'고 답했다. 성희롱 피해 경험 후 조직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조치로는 '동료들의 지지'(41.1%)와 '행위자와의 공간 분리'(38.3%), '행위자 징계'(36.75), '행위자의 사과'(33.9%), '관서장의 재발 방지 약속'(14.8%) 등이 꼽혔다.
조직 안에서 성희롱을 목격했는지 여부를 묻는 문항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12.9%(남성 6.1%, 여성 35.6%)가 '성희롱 피해를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목격자의 46.6%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8.0%)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34.1%),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24.2%)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남성의 경우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2.8%)라고 답한 비율이 높아 성희롱을 대하는 성별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였다.
[자료=이은주 의원실]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 전담부서와 제도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문제로 나타났다.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가 본청으로 일원화된 것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67.9%가 '잘 모른다'고 답했다. 각 관서별로 운영하고 있는 성희롱 고충 상담원 제도에 대해서도 54.4%가 '잘 모른다'고 답했다. 본청에서 운영 중인 성희롱 고충 심의위원회 제도에 대해서도 68%가 전혀 모르거나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모른다고 답했다. 해당 제도들은 2018년부터 추진되고 있었지만 당사자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못한 꼴이다.
경찰청은 2018년 성평등기본정책에 따라 2019년부터 '조직 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태조사는 △경찰 내부 성평등 조직문화 △성희롱 피해 경험 △성희롱 목격 경험 △전담부서와 제도 인지도 등 크게 네 가지 범주에서 이뤄졌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경찰청 소속 직원의 6.0%인 8131명(남성 6256명, 여성 1875명)이 응답했다. 이는 2019년 첫 실태조사 응답률 6.4%(8674명)보다 줄어든 수치다.
이 의원은 "경찰청은 성평등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태조사 결과 조직 내 성평등 가치 제고는 크게 향상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까지의 정책보다 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희롱을 목격하고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나온 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라며 "인식 개선과 조직의 성범죄 근절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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