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느 의사의 의로운 죽음…교통사고 부상자 돕다 2차 사고
입력 2021-09-25 13:17  | 수정 2021-09-25 13:34
【 앵커멘트 】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교통사고 부상자를 돕던 60대 의사가 2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평생,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의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지역 사회가 슬픔에 빠졌습니다.
강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빗길에 미끄러진 SUV가 고속도로 갓길 비탈면을 타고 넘어갑니다.

- "어, 어. 뭐야, 뭐야."

62살, 의사 이영곤 씨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곧바로 사고 차량으로 달려갔습니다.

▶ 인터뷰(☎) : 사고 차량 운전자
- "정신이 없는 상황에 어떤 한 분이 오셨어요. 몸은 다 움직이느냐고 확인하시더라고요. 신고 다 했고 괜찮다며 안심시켜 주셨어요."

자신의 차에 타려던 순간, 미끄러진 승용차가 이 씨를 덮쳐,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환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간호사는 매순간이 눈물입니다.


- "환자를 돌보고 돌아오시는 길에 미끄러진 차에…"

팔다리 쑤시는 것까지, 십수 년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도 그의 부재는 믿기 어렵습니다.

▶ 인터뷰 : 정영자 / 환자
- "최선을 다해서 환자를 보십니다. 마음 편안하게 해주시고 참 좋으신 분인데…"

30년을 넘게 진주 중앙시장 인근에서 의사로 산 이 씨.

가난한 환자가 언제나 우선이었고, 폐결핵이나 흉악범이 아파도 가장 먼저 나섰습니다.

▶ 인터뷰 : 김법환 / 친구
- "교도소에 20년 이상 진료를 다녔습니다. 멀어서 힘든데도 꾸준히 가더라고요. 무료 진료도 많이 했습니다. 형편이 어려우면 치료비를 안 받는 경우도 많고…"

삶이 헌신이었던 이 씨의 소식이 알려지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우상규 / 친구
- "이렇게 이별할 줄 몰랐는데… 영곤아,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이제 편안히 좀 쉬어라."

MBN뉴스 강진우입니다.

영상취재: 진은석 기자
영상편집: 이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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