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테이퍼링·헝다·금리·대출까지…'빚투영끌 시대' 끝날까
입력 2021-09-24 08:42  | 수정 2021-10-01 09:05
헝다, 국제 금융시장에 도미노 충격 안길 수 있어
"미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맞춰 대비해야"
전문가, 안전 자산 비중 늘리도록 권고


미국의 테이퍼링, 금리 인상과 더불어 중국 헝다그룹 이슈와 국내 대출규제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빚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 악재로 비춰지는 이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부동산, 주식, 코인 등의 자산 시장에는 계속해서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아야 하지만 대출규제는 쉽지 않고,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좀처럼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의 흐름과 과도한 유동성을 인식한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는 현재 '차입 경영'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는 20년 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직면했던 부실 대기업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350조 원이 넘는 부채를 가지고 있는 헝다그룹은 중국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은 아니지만, 중국 대기업의 부실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외화 부채가 국제 금융시장에 도미노 충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제롬 파월 의장은 오는 11월부터 테이퍼링이 실시될 수 있다고 암시했고, 점도표에서는 연준 위원의 절반이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해 파월 의장이 밀고 있는 2023년 금리 인상 계획이 앞당겨질 수 있게 됐습니다.

연준이 시장에 계속해서 신호를 전달했던 만큼 지난 2013년과 같은 '긴축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달러 자금 이탈로 인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어제(23일) 상황 점검 회의에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는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10월이나 11월 추가적으로 0.25%포인트 올릴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억제하는 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율을 6% 이내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지만, 이미 5%를 넘긴 상황에서 이를 지킬 수 있을지가 불분명합니다. 다음 달 초 금융위는 또 다른 대출 억제책을 가지고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시장과 정책 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심해진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를 시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용택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헝다 사태나 미국의 테이퍼링,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과 강력한 대출 억제는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시장과 실물 경제의 불균형 확대를 제어해 금융시장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헝다그룹 사태만 봐도 금융시장의 비정상화를 시정하는 데에는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돈을 푸는 과정에서 부푼 자산 거품이 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헝다 사태로 인해 급락한 글로벌 증시는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향후 벌어질 국내외 금융시장이나 자산시장의 불안감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어제 열린 거시경제금융위원회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와 그에 따른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헝다그룹과 같은 시장 불안과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중국의 헝다 사태나 미국의 테이퍼링이 당장 대규모 자금 이탈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점차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긴축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시행될 경우 자산시장의 거품이 붕괴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부채가 크게 증가했고 채권과 주식,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시장의 거품이 부풀어올랐다며 "조만간 큰 충격이 한 번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는 금리가 좀 올라도 기업실적이 받쳐주고 경기가 좋다는 점을 빌미로 자산시장이 버텼는데 경제지표가 나빠지면 거품이 붕괴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용택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비를 해야 한다며 단기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고 안전한 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성태윤 교수도 부채를 이용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며 "위험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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