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장 내 괴롭힘 당사자 지목된 KT 팀장 "그런 적 없다"
입력 2021-09-23 15:46  | 수정 2021-09-23 16:11
사진 = 국민청원 캡처
유족 "아버지, 팀장 괴롭힘에 극단 선택"
KT새노조 "노사 공동조사 시행하자"
KT "노동청에 조사 의뢰했다"

KT에서 근무하던 50대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KT는 이에 대한 자체 조사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당사자로 지목된 팀장은 "진실을 밝혀질 것"이라고 해당 의혹을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KT 직원이 자신보다 어린 팀장의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은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제기됐습니다.

자신을 피해자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큰 딸 시집 보낸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는 게 정말 의문이었는데 그러던 중 유서를 발견했다"며 "평소 아버지께서 불만을 토로하실 때도, 유서 내용도 항상 특정 인물 만을 지목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나이 어린 팀장이 부임하였는데 저희 아버지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을 했고, 아주 오래전 일을 들추어 결부시키며 직원들에게 뒷담화를 하여 주변 직원들까지 아버지를 냉대하게 만들었다"며 "유서에는 '젊은 팀장이 나를 너무 못살게 군다', '출근하는 게 지옥 같다', '나보다 젊은 팀장이 온갖 욕설과 무시성 발언을 해 자존심이 너무 상하고 괴롭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이번 8월 29일 딸 결혼식을 앞두고 30년 근속 안식년을 받으셔서 9월 15일 출근을 앞두고 계셨었는데 휴가를 다 사용하시고, 다시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두려움 등의 사유로 이와 같은 선택을 하신 것 같다"며 장례식장에 찾아온 팀장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KT새노조는 전날(22일) 성명을 내고 "최근 KT의 한 지사에 근무하던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지난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유족의 강력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고 KT 내부에도 관련 절차가 마련됐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피해자가 괴롭힘을 호소해도 형식적인 조사를 하고 문제없음으로 끝내버리기 쉬운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덧붙여 "고인이 근무하던 부서가 추석 직전 졸속 합의된 구조조정 대상 부서로 알려졌고 자신이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사실 또한 고인에게 커다란 충격이었으리라는 게 KT 내부의 여론"이라고 전하며 "KT에 공정하고 신속한 조사에 착수하고 필요한 경우 노사 공동조사를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KT 측은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고용노동부에 조사를 의뢰했다"며 "사실관계 규명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없었다"

반면 KT 팀장 A씨는 오늘(23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고인이 우리 팀원이라 저도 무척 힘들지만, 유족들의 아픔 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하고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에도 침묵하고 있었다"며 해당 의혹을 부정했습니다.

A씨는 자신을 국민청원에 올라온 딸 결혼 2주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의 팀장이자 고인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직책자라고 소개하며 "직장생활 32년 차로 팀장을 10년째 맡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덧붙여 "국민청원에 올라온 나이 어린 젊은 팀장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지난 7월 1일자 발령으로 고인과 근무하게 됐고, 고인과 함께 근무한 날이 휴일, 휴가를 제외하고 총 34일이었다"며 "우리 팀은 팀원이 저를 포함 5명이고, 코로나로 팀 전체 회식은 34일 동안 점심식사 1회가 전부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고인을 제외하고 팀회식을 한 적도 없고, 욕설을 해본 적도 없다"고도 했습니다.

A씨는 "(고인은) 항상 말이 없으시고, 간식을 같이 먹자고 해도 안 드셨고, 점심을 하자고 해도 선약이 있다고 했었다. 업무에 관한 부분을 질문하면 단답형으로 대답하셔서 업무 얘기도 원활하게 못한 편이었다. 영업직이라 아침에 잠깐 얼굴을 뵙고는 거의 외근을 했고, 퇴근 무렵 복귀해서 결산을 작성해서 통보하는 일상이셨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조문하러 가서 고인에게 절을 하고 유족에게 인사하려는 순간 배우자에게 욕설과 일방적 폭행을 당했고, 직후에 유가족들이 모여서 저에게 사과하라고 윽박 질렀다"며 "고인이 저 때문에 힘들었다는 얘기를 그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유서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못살게 군 내용이 없으며, 그런 사실이 없다"며 "나이도 제가 더 많고, 업무 관련 사항도 제대로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당일, 정모 씨가 집으로 찾아와 전화로 화를 냈다는 청원인의 주장에는 "최근 코로나로 재택근무 등 팀원의 개별 근무 상황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고, 전화를 했으나 가족들도 고인의 소재를 알지 못했다"며 "아드님과 당일 여러 차례 통화했으나 화를 낸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A씨는 "저도 평범하게 그저 하루하루 일을 하는 직원"이라며 "고인에게 진심으로 명복을 빌지만 욕설, 뒷담화, 괴롭힘에 대해서는 노동부의 철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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