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탈레반, 여성인권 짓밟은 채 '유유자적 오리배 나들이'
입력 2021-09-20 14:25  | 수정 2021-12-19 15:05
바미얀주서 무장한 채 오리배 탄 모습 포착
카불 시장, 여성 근로자들 집에 머물라 명령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기본적인 근로권을 억압하기 시작한 가운데, 호수에서 유유자적 오리배(페달로)를 타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전세계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19일, 외신들은 바미얀주에 위치한 반데 아미르 호수에서 소총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탈레반이 오리배를 타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바미얀주는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점령하기 전 탈레반이 1500년도 더 된 불상 2개를 폭파시킨 곳이기도 합니다.

절규하는 아프간 시민들과는 대조적으로 즐거워하고 여유를 즐기는 탈레반이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탈레반이 범퍼카를 타며 웃고 떠드는 영상이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오리배를 타고 노는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당시 범퍼카 관련 영상에서도 탈레반은 각종 무기들로 무장한 상태였고, 범퍼카뿐만 아니라 회전목마 등에 올라타며 즐거워 해 아프간에 주목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공분을 산 바 있습니다.

이번 오리배 사진과 영상은 카불 시장 함둘라 나모니가 아프간 여성들에게 더 이상 직장에 나오지 말고 집 안에 머무르라는 명령을 내린 이후 공개돼 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나모니 시장은 기본적으로 여성 근로자는 근무를 멈추고, 화장실이나 목욕탕 같이 남성으로 대체될 수 없는 직종의 근로자만 남아서 일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9·11테러 이후 탈레반이 물러난 아프간에서 잠시 살아났던 여성 인권의 불씨는 다시 힘을 잃어 풍전등화의 상황입니다.

여학교들은 사실상 중등 교육의 절반이 금지되면서 휴교 명령을 받았고, 대학 수업도 여성과 고령 남성 교수들만 여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해 교육의 기회도 크게 줄었습니다. 아프간 여성부도 폐지하고 명칭을 '권선징악부'로 변경했습니다.

권선징악부는 과거 탈레반이 엄격하게 종교 교리를 시행했던 부서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의 엄격한 준수를 위해 다시 설립한 것으로 보입니다.


1990년대 당시 여성들은 단정한 옷차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타 당하고,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이 금지되는 등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당한 바 있습니다. 교리를 어긴 여성들이 채찍질, 구타, 공개 처형 등으로 처벌 받는 것은 다반사였습니다.

이에 약 24명의 여성들이 권선징악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여성이 활동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왜 그들은 우리의 권리를 빼앗는가", "우리는 우리의 권리와 딸들의 권리를 위해 여기에 있다"고 외치며 탈레반의 여성 인권 묵살에 대한 시위를 감행했습니다.

그러나 시위는 10분을 채 넘기지 못했습니다. 인근을 돌아다니던 탈레반을 발견한 여성들이 차에 타 자리를 급하게 떠났기 때문입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점령 이후 시민들의 시위를 무력으로 제압하는 경우가 많아 여성들이 자리를 황급히 뜬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탈리반은 아프간 재점령 이후 계속해서 여성의 인권을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단언했지만, 말과 행동 사이 괴리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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