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국방부 '불온서적' 고무줄 잣대…촘스키 NO, 극우지 OK!
입력 2009-10-04 21:53  | 수정 2009-10-05 07:23
【 앵커멘트 】
지난해 7월, 국방부가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의 책을 29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논란을 빚었는데요.
극단적인 시각을 담은 보수 성향 월간지 '한국논단'은 '안보전문지'란 이름으로 군내 반입을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익신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제주도 4·3 사건은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폭동이었다'(2004년 3월)

6·15 공동선언과 10·4합의는 '요컨대 빨갱이들끼리 만나 대한민국을 조선로동당에게 팔아넘기자는 수작에 불과하지 않은가?'(2008년 11월)

'한국논단'이란 보수 성향 월간지의 내용입니다.

보수지임을 감안하더라도 제주 4·3 사건과 6·15, 10·4선언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극단적입니다.

문제는 이 책이 올해 2월부터 간부 시사안보 잡지라는 명목으로 국방부에 반입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방부의 선정 이유는 이렇습니다.


한국논단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안보문제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 등을 게재한 안보전문지'라는 겁니다.

한국논단은 국방부에 책을 공급한 지 두 달만인 지난 3월, 국방부로부터 경고를 받았습니다.

'만악의 근원인 김대중을 처단하자'는 표현이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국방부는 경고문에 '군의 정치 중립을 훼손하는 내용'이라며 3월 호의 반품과 납품대금 지급 불가를 통보했지만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국방부의 솜방망이 경고 조치 속에 한국논단은 계속 문제 될 만한 글을 실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해 소식은 흉사였고…, 한국인으로서는 수치심을 금할 수 없는 일이었다.'(2009년 7월)

'이제 만악의 근원이며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김정일에 종속하던 김대중이 명을 재촉했다.'(2009년 9월)

사정이 이런데도 국방부는 한국논단과의 계약을 내년 1월까지 끝낸 상태입니다.

지난해 7월, 국방부가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 29권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극단적으로 우편향 된 서적을 무분별하게 군내에 반입하는 것은 군내에서 사상을 주입하려는 국방부의 장병 세뇌 의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장병 정신교육에 위해가 있다고 판단되는 서적의 반입은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던 국방부.

과연, 장병의 정신교육에 위해가 된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MBN뉴스 조익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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