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D.P.는 현실인가…강감찬함 해군 병사 극단적 선택
입력 2021-09-07 15:11  | 수정 2021-09-14 16:05
국방부 “휴대전화 허용 후 은폐 불가”
센터 “국방부 셀프 개혁 불가능”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 없어”

국방부가 군부대 내 가혹행위와 부조리를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D.P.와 관련해 휴대전화 허용에 따라 병영 환경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지만, 발표 하루 만에 선임병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해군 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오늘(7일) 군인권센터는 ‘해군 강감찬함 정 일병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18일 해군 강감찬함에서 선임병 등으로부터 구타, 폭언, 집단따돌림을 겪은 정 모 일병이 휴가 중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정 일병은 2020년 11월 입대해 올해 2월 강감찬함에 배속 됐습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를 당한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규정에 따라 간호를 위한 청원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후 정 일병에 대한 따돌림이 시작됐습니다.

아버지 병간호 다녀온 일병에 꿀 빨고 있네”


선임병들은 아버지를 간호하고 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의 자식이다”, 꿀을 빨고 있다”며 폭언과 막말을 일삼았습니다. 또한 정 일병이 승조원실에 들어오면 내부에 있던 병사들은 그를 피하듯 우르르 나가며 따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입 후 청원휴가로 사실상 신병과 다름없는 정 일병이 3월 16일 근무 중 실수를 하자 선임병 2명은 머리와 가슴을 밀쳐 그를 갑판에 넘어뜨렸습니다. 이어 뒤져버려라”라며 폭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함장,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않고 ‘방치


센터는 정 일병이 폭행 및 폭언 사실을 함장에게 알렸지만 보직이 바뀌었을 뿐 함 내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일병은 폭행 당일 카카오톡을 통해 함장에게 선임들의 가혹행위를 신고했고, 비밀 유지를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함장은 피해자 보직을 갑판병에서 CPO 당번병으로 변경하기만 했습니다.

특히 정 일병은 24일 함내 부장과 주임원사에게 과거 공황장애약을 복용하다 끊은 상태지만, 다시 약 처방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습니다. 26일에는 자해 시도를 했습니다. 이후 구제요청을 했지만 함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가해자들을 불러 사과 받으라고 권유했습니다. 이에 센터는 피해자들과 대화하게 한 것은 2차 가해라며 부적절한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자해, 기절 증상에도 약 한 달 만에 하선


정 일병은 3월 28일 구토와 과호흡 증상을 일으키며 공황장애를 겪었습니다. 다음 날 함장은 그를 도움병사 C등급으로 지정했습니다. 하선 조치를 하지 않고 도움병사 지정에 그친 겁니다. 이후 30일 청소를 하던 정 일병은 갑판에서 기절한 채 발견됐습니다.

센터는 당시 정 일병 상태에 대해 불안함이 과중 된 정 일병은 입대 전에는 보이지 않던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스스로 미쳐가고 있는 중이라 정의하기도 하는 등 심리적 불안이 극대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함장은 4월 6일 정 일병을 하선 시켜 민간병원에 위탁진료를 보냈습니다. 정 일병은 6월 8일 퇴원했고, 7월 2일까지 휴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가족들은 눈에 띄게 살이 빠져 있었고, 살갑던 예전 모습과는 달리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기조차 어려워했다”며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스스로 낙오자가 되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다 같은 달 18일 정 일병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한편, 정 일병이 숨진 뒤 군 3함대사령부 군사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인 수사 없이 함장 및 부장 등 주요 수사 대상자들은 6월 27일 청해부대 임무 수행을 위해 출항했습니다.

이에 센터는 이들은 임무수행을 위해 출항했고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아 소환조사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군은 즉시 정 일병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들의 신상을 확보하고 강감찬함 함장, 부장 등을 소환해 수사하라. 지지부진한 수사 역시 해군본부 검찰단으로 이첩해 진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반복되는 죽음 앞에 국방부의 셀프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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