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강의실 한가운데 커튼 쳐 남녀 구분…아프간 대학 불안 속 개강
입력 2021-09-07 11:32  | 수정 2021-09-07 11:35
카불의 아비센나 대학 강의실에서 남녀를 구분한 모습 / 사진 = 로이터
탈레반, 각 대학에 남녀 구분 지침 전달…공식 입장인지는 불분명
아프간 탈출·불안감에 출석률 낮아

아프가니스탄 대학에서 강의실 한가운데 커튼을 치고 남녀를 구분한 채 개강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6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뒤 가을 학기 개강을 앞두고 각 대학에 남녀 구분 지침을 전달했습니다.

문서로 내려진 지침에서는 여학생의 히잡 착용 의무와 성별에 따른 출입문 구분 등이 적혀있었습니다. 여학생은 여자 교수만 강의할 수 있으며 남학생과 여학생의 강의실을 따로 배정하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탈레반은 강의실이 넓지 않은 곳은 커튼으로 남녀를 구분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에 카불, 칸다하르, 헤라트 같은 대도시에서는 대학 강의실과 교정에서 수업이 이루어질 때 실제로 남녀를 구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카불의 아비센나 대학 강의실에서는 한가운데 회색 커튼이 내려져 있습니다. 한쪽에는 남학생만, 다른 쪽에는 히잡 차림을 한 여학생만 앉아있습니다.

학생들은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카불대에 다니는 21살 여학생은 "커튼을 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강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끔찍한 기분이 든다. 20년 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카불의 아비센나 대학 강의실에서 남녀를 구분한 모습 / 사진 = 로이터

탈레반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국제 사회 시선을 의식해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가을 학기 개강이 다가오자 남녀 구분 지침이 등장했습니다.

다만 이 지침이 탈레반 공식 입장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뜻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한 탈레반 간부는 강의실 커튼에 관해 "교수 한 명이 양쪽 학생에게 강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선의 방법"이라고 로이터 측에 전했습니다.

아프간 대학가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헤라트대 언론학 교수는 한 시간 강의를 30분씩 나눠 여학생이 먼저 강의를 듣고 나가면 남학생에게 강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개강 첫날인 6일, 수강생 120명 가운데 출석한 학생은 30명에도 못 미쳤습니다. 이미 수많은 학생이 아프간에서 빠져나간 데다 탈레반의 언론 통제로 학과 분위기도 안 좋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매우 불안해했다"면서 "수일 내 차기 정부가 규정을 발표할 테니 계속 수업에 나와 공부를 하라고 말해줬다"고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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