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모녀 살해' 김태현 "피해자 불편함 공감 안돼"…유족 실신 직전까지 눈물
입력 2021-09-07 08:11  | 수정 2021-09-14 09:05
김태현 "(살인은) 우발적 행동" 주장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피해자가 자신에게 느꼈을 불편한 감정이 공감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실신 직전까지 눈물을 보였던 유족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처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6일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의 4번째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김태현은 범행 전후 과정과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등을 묻는 검찰 신문에서 "같은 공간에 있던 피해자가 느낀 불편함에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며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월 23일 김태현은 피해자 중 큰딸을 비롯한 지인 2명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던 도중 화를 내며 술병을 깼습니다. 이 일로 피해자는 김태현에게 '더는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 두 사람 사이 교류가 끊겼습니다. 하지만 김태현은 피해자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했고,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아내는 등 스토킹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태현은 "피해자와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며 "피해자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범행 장소를 집으로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또 김태현은 자신의 범행이 "우발적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덧붙여 "제 손에는 흉기가 들려져 있었고, 흉기로 먼저 제압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쉽게 행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처음 들어갔을 때 오로지 위협해서 제압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지 죽여야겠다는 생각 못 해봤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김태현이 급소 부위를 정확하게 공격한 것은 우발적인 살인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보호 관찰소 조사 결과 재범 위험성이 13점으로 높은 수준이며 다시 살인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며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요청했습니다.

"김태현은 죄 무게 인식 못 해"

이날 재판에 출석한 사망한 어머니의 언니 A씨는 "큰 조카는 활달하고 잘 웃는 성격으로, 사람들과 싸우는 일이 없었다"며 "그런데 태현은 조카의 그런 행동이 자신에게 특별하게 대한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친절한 모습을 보고 배신감을 느끼고 죽이려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람이 죽는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걸 볼 때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고, 죄의 무게를 인식하지 못하는 파렴치한 인간이 반성문을 쓰고 하는 걸 봤을 때 세상에 다시 나오면 재범, 삼범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씨는 재판부를 향해 "그 일을 겪고 일하면서 칼을 사용할 때마다 몸서리가 쳐지고, 밥을 먹고 일을 하다가도 동생이 죽었는데 이래도 되나 하는 죄책감에 멍하게 앉아있고 불안이 몰려와 토할 것 같다"며 "절대 지워지지 않을 아픔을 헤아려주시고 모두가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정 최고형에 처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A씨는 실신 직전까지 눈물을 흘렸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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