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신마비환자 성폭행해 출산시킨 男간호사 "유죄 인정"
입력 2021-09-03 11:41  | 수정 2021-12-02 12:05
요양원 측 "임신 사실 몰라…체중 증가한 줄"
정부, 배상금 86억 지급토록 조정

26년간 요양병원에서 살아온 전신 마비 환자를 성폭행해 출산하게 한 미국 애리조나주의 전직 남성 간호사가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2일 7뉴스 등 외신들은 전직 간호사 네이선 서덜랜드(Nathan Sutherland)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의 해시엔다 건강요양원에서 29살이었던 여성 환자를 임신 시켜 출산하게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사실은 지난 2018년 여성 환자의 환의를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당시 여성 환자는 이미 출산 과정이 시작된 상태였고, 현지 경찰은 이 환자가 출산한 아들의 DNA가 요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서덜랜드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후 피해 여성의 부모는 당국과 요양원을 상대로 법정 투쟁에 나섰습니다.


피해 여성 측 변호사는 "서덜랜드는 2012~2018년 동안 수백 번에 걸쳐 피해 여성을 맡아서 돌봤다"며 "이는 당초 주 당국이 약속한 여성 돌봄이들만이 딸을 돌보도록 하겠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병상에만 누워 있는 환자가 갑자기 체중이 늘어나고 복부가 부풀어 올랐으며 몇 달째 생리가 끊겼는데도 병원은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임신 사실을 알지 몰랐다"며 병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병원은 피해 여성의 체중이 늘었다며 유동식 튜브로 흡입시키는 식사량을 줄였고, 이에 피해 여성은 영양 실조와 탈수 상태에서 산통 처방도 없이 아이를 출산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더욱이 피해 여성은 아이를 낳을 때까지 26년이나 해시엔다 요양병원에서 살아왔습니다. 피해 여성은 아기 때 발생한 뇌 기능 이상으로 운동 기능과 인지능력, 시각 상실 등을 겪고 있었으며 사지를 움직이는 기능도 잃은 상태였습니다.

결국 해시엔다 의료원의 병원장과 담당 의사 한 명은 사임했고, 서덜랜드는 의료원에서 해고됐을 뿐만 아니라 간호사 면허도 취소됐습니다.

발달장애 및 전신 마비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애리조나주 정부는 이 사건으로 지난해 여름 요양원 측에 750만 달러(한화 약 86억 9,25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조정했습니다.

한편, 법정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한 서덜랜드는 오는 11월 4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