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데이트 폭력'으로 정신 잃었는데…"팔과 등 때렸다"
입력 2021-08-28 10:41  | 수정 2021-08-28 15:11
【 앵커멘트 】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 여성이 20여 일이 지나 숨진 사건이 있었죠.
MBN이 폭행 당시 CCTV 영상과 응급실 진료 기록을 확보했습니다.
병원에 실려온 여자친구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는데도 가해 남성은 팔과 등을 때렸다고 의료진에게 말했습니다.
손기준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건물 밖을 나서는 남성 A 씨를 황예진 씨가 황급히 붙잡습니다.

건물 안에서 다툼이 있었는지 예진 씨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 상태입니다.

그러자 갑자기 A 씨는 예진 씨가 쓰러질 때까지 수차례 벽으로 밀칩니다.


예진 씨가 쓰러졌는데도 A 씨는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렸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예진 씨는 몸을 가눌 수 있었습니다.

예진 씨는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잠시 뒤 엘리베이터 CCTV에 촬영된 모습을 보면 완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진 씨의 가족들은 추가 폭행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경찰과 소방서에 신고했지만 폭행 사실은 감췄습니다.

엘리베이터 밖으로 끌려나가는 예진 씨의 옷엔 피로 보이는 붉은색 흔적이 선명합니다.

예진 씨는 소방대원에 의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의무기록엔 A 씨가 "주먹으로 팔, 등을 때렸다", "환자를 들고 옮기는 도중 떨어뜨렸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폭행 사실을 축소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예진 씨는 한 차례 심정지를 겪었고, 머리 뒤쪽엔 부종이 생기는 등 혼수상태였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처음엔 폭행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인터뷰 : 전 모 씨 / 고 황예진 씨 어머니
- "CCTV가 엘리베이터 앞에는 없어요. 그때는 때렸다는 말 안 했다가, 변호사하고 (예진 씨) 아빠가 갔을 땐 (피의자가) 때렸다고 시인했다고 했거든요."

앞서 경찰은 A 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이 예진 씨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채 24일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 인터뷰 : 전 모 씨 / 고 황예진 씨 어머니
- "저희 딸을 저희 엄마가 세 살부터 지금까지 키웠고, 저도 아빠도 딸 하나 희망을 갖고 지금 살았단 말이에요."

친구들 앞에서도 언제나 웃는 모습이었던 예진 씨는 소박하게 자신의 꿈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고 황예진 씨 / '데이트 폭력 사망' 피해자
- "목표는 2020년 안에 취업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기와 면접을 열심히 준비하는 한 해가 되겠습니다."

취직을 하며 꿈에 한발 다가섰지만, 예진 씨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친구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MBN뉴스 손기준입니다.

[ 영상편집 : 이동민, 그래픽 : 장진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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