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년 9개월 만에 인상하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저금리에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한 가계들의 이자부담이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금리 변동성이 없는 고정금리 대출자와 시장금리 상승이 반영되는 변동금리 대출자의 표정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자의 경우 당장 고정금리로 갈아타야 할지 고민이 깊다.
한국은행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8월 기준금리를 현행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연 0.5%로 낮춘 뒤 15개월 만에 금리를 올린 것이다.
한은은 그동안 1800조원을 넘어선 사상최대 가계부채, 치솟는 주택 가격, 물가 우려, 빚투, 영끌 등 금융불균형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왔다. 일부 전문가는 이르면 연내 한 번 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한은이 초저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존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한 가계의 경우 기준금리 변동에 관계없이 이자부담이 늘지 않지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나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신용대출이 많은 가계의 경우 이자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한은은 앞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이자부담이 12조원 늘어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단순 계산하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현재보다 3조원 가량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빚의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하는 주담대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0% 수준이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가계는 고정금리 대비 이자부담이 적은 변동금리 대출을 늘려왔다.
시중은행이 현재 취급하는 주담대 금리는 현재까지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유리하지만, 금리 인상이 앞으로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밖에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은행 TCE(투 체어스 익스클루시브, Two Chairs Exclusive) 강남센터 이희순 지점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금융권 대부분의 대출금리가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 조건이 유리하다"며 "금리 상승폭과 속도를 가늠해 보고 기존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 등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5년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가계부채가 문제가 계속 부상하자 이를 관리하기 위해 시장금리에 연동하는 변동금리 대출 대신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려는데 따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로서는 가계부채 위험을 좀 더 정확히 예상할 수 있다. 당시 이 상품의 금리는 연 2%대 초반으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야 하는 조건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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