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인터뷰] “건장한 남친이 46kg 딸 폭행...방치해 골든타임 놓쳐”
입력 2021-08-25 11:16  | 수정 2021-08-25 18:05
피해자 황 씨의 부모님이 MBN 취재진을 만나 "더는 억울한 일이 없어야 한다"며 "연인 관계 데이트 폭력 사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마포 ‘데이트폭력’ 사망 피해 女 모친 단독 인터뷰
- 국민청원엔 청원 이틀 만에 10만 명
지난 7월 25일 새벽, 서울 마포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황모씨가 남자친구 A씨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A씨는 황씨의 머리를 잡고 벽으로 강하게 밀치고 넘어뜨렸습니다. 충격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피해자를 상대로는 무릎으로 누른 후 오른손 주먹으로 안면을 폭행했습니다.
폭행이 시작된 원인은, 자신과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날 밤, 한 시중은행에서 함께 인턴 생활을 했던 친구와 A씨가 황씨의 이사와 취업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 겁니다.

119가 도착했을 때, 황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머리에는 피가 많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병원 응급실에서는 치료 방법이 따로 없다”며 인공호흡기를 달고 심장만 겨우 뛸 수 있게 해 놓았을 뿐입니다.
그렇게 황씨는 20일 넘게 뇌사 상태로 있다 지난 17일, 25살 미처 인생의 꽃을 피우기도 전에 숨졌습니다. 소생 가망이 없다는 의료진 판단을 받고, 부모님은 황씨의 작은 자취라도 남기고 싶어 장기 기증을 생각했지만 그 것도 뜻대로 되진 않았습니다. 형사 사건으로 사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선 장기 기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MBN에서 황 씨 어머니를 만나 못다 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Q. 사건을 어떻게 알게 됐나요?
황씨 어머니 : A씨가 우리 아이를 폭행한 게 7월 26일 새벽 3시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전날 밤 함께 자리에 있었던 친구가 새벽 2시에 자리를 떴다고 하니까요. 사건 연락을 받은 시간이 새벽 4시 반.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5시 반쯤 됐어요. 병원에서 봤을 때 벌써 눈이 풀려 있었어요. 의사 선생님은 뇌출혈로 뇌압과 열이 높아 별다른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전 아직까지도, 이게 꿈 같아 매일 제 팔을 꼬집어 보는데, 현실이라는 사실에 숨을 쉴 수가 없어요.

Q. 황씨는 어떤 딸이었나요?
황씨 어머니 : 제가 직장생활을 계속 했기 때문에 저희 어머니께서 아이를 전적으로 돌봐주다시피 했어요. 누구보다 밝고 상냥한 아이었죠.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어른들께도 아주 깍듯했습니다. 학교 생활도 정말 열심히 해서 대학 홍보대사를 2년 동안 했었죠. 최근에는 3개월 인턴을 거쳐 정식직원으로 첫 월급까지 받았는데.. 첫 월급으로 할머니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아이였죠. 더 안타까운 건, 연로한 할머니께는 장례식을 치르면서야 이런 사실을 알려드렸다는 겁니다. 도저히 말씀을 못 드리다, 계속 아이 안부를 물으시는데...

Q. 가해자 A씨와는 어떤 관계였는지?
황씨 어머니 : 2019년에 아이가 한 은행에서 인턴을 했어요. 가해자와는 인턴 동기로 만나 취업 활동을 서로 응원하면서 사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글 재주가 좋았던 아이가 가해자의 입사 지원서에 대한 첨삭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가중 처벌을 요구하는 황 씨 부모님의 국민 청원에는 이틀 만에 10만 명 넘는 사람이 동의했습니다.

Q. 가해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고 있나요?
황씨 어머니 : 가해자가 말하는 폭행 사유는 어처구니없게도 ‘둘의 연인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는 겁니다. 도대체 이게 사람을 때려서 죽일 이유인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처음 신고를 했을 때도 ‘여자친구가 술을 마셔 기절한 것 같다고 해요. 여자친구를 옮기려다 머리를 찧었다면서요. 정작, 그 가해자는 ‘수상 인명 구조요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더군요. 우리 아이는 키 159cm에 스몰사이즈를 입을 정도로 왜소한 체구였는데, 가해자는 180cm 키에 건장한 체구입니다.

Q. 병원에 도착하면서부터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 진술은 불가능했겠네요?
황씨 어머니 : 정말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가해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마음껏 진술할 수 있지만, 피해자인 제 아이는 곧바로 의식을 잃어버렸고 이제는 이 세상 사람도 아니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어요. 너무나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억울함을 호소할 길도 없어요. 그래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주시고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Q. 가해자에 대한 구속 영장도 기각됐죠?
황씨 어머니 : 경찰이 사건을 조사한 후 데이트 폭력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기각됐죠. 가해자의 가족과 직장 내 유대관계가 뚜렷해 도주할 가능성이 없다고요. 가해자는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일 없는 듯 생활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연인 관계였고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으면 아이 병원에라도 와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병원은 커녕 장례식에 와보지도 않았습니다. 연락도 없이 변호사만 선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 피해가 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Q. 장기 기증을 하려고 했었다던데요?
황씨 어머니 : 병원에서 날이 갈수록 부어가는 아이 모습을 보니, 아이가 워낙 어리니까 세상에 다녀간 자취라도 남기고 세상에 도움을 주고 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장기 기증을 알아봤습니다. 우리 아이도 아마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형사 사건이고 사인에 대한 규명 등이 이뤄지지 않아 그것도 어렵게 됐습니다.

Q. ‘데이트폭력 가중 처벌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하셨던데요?
황씨 어머니 : 아이나 여성 등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잠재적인 살인 행위입니다.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생각하다 국민 청원에 올렸습니다. 따로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더군요. 국민청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런 일에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딸의 희생이 마지막이 돼야죠.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안되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해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할 겁니다. 국회에도 연인관계에서 약자에 대해 범죄를 하는 일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하는 데이트 폭력 가중처벌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

* 피해자 부모님 인터뷰 영상은 'MBN 종합뉴스'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정광재,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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