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계 다리 보양식·꿩고기 물김치…조선 선비가 쓴 요리책 '수운잡방' 보물 지정
입력 2021-08-24 14:38 
수운잡방. [사진 제공 = 문화재청]

조선 시대 안동 양반은 안동 마와 쇠고기를 참기름에 볶아 엿물을 부어 만든 보양식 '서여탕'을 먹었다. 영계 다리를 참기름에 볶아 솥에서 졸인 뒤 산초가루 등으로 풍미를 더한 '전계아', 꿩고기를 넣어 만든 물김치 '치저'도 여름 보양식이었다.
문화재청은 24일 경북 안동 유학자 김유(1491∼1555)부터 그의 손자 김영(1577∼1641)에 이르기까지 3대가 저술한 한문 필사본 음식조리서 '수운잡방(需雲雜方)'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수운잡방'은 즐겁게 먹을 음식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이라는 의미로, 음식 조리서가 보물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 책에는 장 담그는 법, 우유와 쌀을 끓여 만드는 '타락죽', 솔잎으로 빚은 전통주 '송엽주', 쇠고기로 만드는 국수 '육면' 등 114여종 요리법이 수록됐다. 김유가 지은 앞부분에 86항, 김영이 지은 뒷부분에 36항이 수록돼 모두 122항으로 구성돼 있다. 항목을 분류하면 주류 57종, 식초류 6종, 채소 절임 및 침채(김치류) 14종, 장류 9종, 조과(과자류) 및 당류(사탕류) 5종, 찬물류 6종, 탕류 6종, 두부 1종, 타락(우유) 1종, 면류 2종, 채소와 과일 파종과 저장법 7종이다. 중국이나 조선의 다른 요리서를 참조한 예도 있지만, '오천양법(안동 오천지방의 술 빚는 법)' 등 조선 시대 안동지역 양반가에서 만든 음식법이 여럿 포함돼 있다.
수운잡방. [사진 제공 =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조선 시대 양반들이 제사를 받드는 문화인 '봉제사(奉祭祀)'와 손님을 모시는 문화인 '접빈객(接賓客)'을 잘 보여주는 자료이자 우리나라 전통 조리법과 저장법 기원과 역사, 조선 초·중기 음식 관련 용어 등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학술적 의의가 있다"며 "저자가 직접 쓴 원고본이고 후대 전사본(베낀 글)도 알려지지 않은 유일본으로서 서지적 가치도 크다"고 평가했다.
이날 문화재청은 '수운잡방'을 비롯해 '국새 대군주보', '국새 제고지보', '국새 칙명지보', '국새 대원수보'와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 '예념미타도량참법 권1∼5'를 일제히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국새 4점은 일본과 미국으로 유출됐다가 돌아온 이력이 있다. 국새는 국권을 나타내는 실무용 도장으로, 외교문서와 행정문서 등 공문서에 사용했다.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은 조선시대 유교 건축물인 서울 도봉서원이 있던 자리에서 2012년 발굴된 고려시대 불교 유물 10점을 지칭한다. 이곳은 추가 조사를 통해 영국사(寧國寺)라는 사찰터로 파악됐다. 보물이 된 문화재는 금동금강저 1점, 금동금강령 1점, 청동현향로 1점, 청동향합 1점, 청동굽다리그릇 1점, 청동유개호 1점, 청동동이 1점, 청동숟가락 3점이다. 방망이나 아령을 닮은 금강저와 종을 연상시키는 금강령은 모두 불교 의식 용구다. 현향로도 불교 용구로, 손잡이가 달린 향로이다. 향합은 향을 두는 그릇, 유개호는 뚜껑이 있는 항아리를 뜻한다.
부산 고불사에 있는 예념미타도량참법 권1∼5는 세조 부인인 정희왕후가 발원(신에게 소원을 빎)해 찍은 왕실 판본 불경이다. 10권 2책 중 앞부분 1책에 해당한다. '예념미타도량참법'(禮念彌陀道場懺法)은 아미타부처에게 예배하고 참회하며 극락왕생을 비는 책이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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