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CNN 여기자에 "얼굴 가려라"…탈레반, 촬영팀에 총까지 겨눠

채찍 든 남성, CNN 특파원 클라리사에 "얼굴 가려라"
소총으로 촬영팀 겨누기도
"공항 근처에서는 계속 총소리 들렸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현지를 보도하는 미국 CNN의 여성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가 생방송 도중 탈레반으로부터 "얼굴을 가려라"는 말을 들었고 카불 국제공항 주변 영상을 찍던 촬영팀은 2명의 탈레반 조직원으로부터 총으로 위협받았습니다.

현지시간으로 18일 CNN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까만색 히잡과 온몸을 가린 옷을 입고 방송을 진행한 워드의 생방송 도중 탈레반 조직원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습니다. 이 중 채찍을 든 한 남자는 워드에게 "얼굴을 가려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과 말하지 않겠다"고 소리쳤습니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을 채찍으로 때리는 모습 / 사진=CNN 캡처

이 남자는 자전거 도난방지를 위한 금속줄을 변형해 채찍으로 쓰고 있었고, 길 가다가 걸리는 사람들을 그 채찍으로 때렸습니다.

워드는 현지 분위기 때문에 히잡을 썼는데,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아프간에서는 과거 통치기 때처럼 부르카를 써야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르카는 얼굴을 포함한 신체 모든 부위를 가리는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으로 눈 부위는 망사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촬영팀에 총을 겨누며 오는 모습 / 사진=CNN 캡처

심지어 AK-47 소총을 든 탈레반이 CNN팀에 총을 겨누기도 했습니다. 방송팀은 급히 다른 곳으로 대피했지만 다행히 다른 탈레반 일원이 와서 '취재를 허가받은 언론인'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줘 위협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워드는 "솔직히 더 많은 사람들이 아주 심하게 다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CNN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가 카불의 상황에 대해 전하고 있다 / 사진=CNN 캡처

워드는 "공항 근처에서는 계속 총소리가 들렸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방송하는 워드에게 몰려든 많은 아프간 사람들 중에는 미국 영주권(그린카드)가 있다며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고 비행기 예약을 했지만 비행기가 없어서 타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워드는 "어떤 사람은 자신이 아프간내 미군 기지에서 통역사로 일했다며 제발 미국으로 가게 해달라고도 했다. 마음이 찢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뉴스 크루이고 서양 사람인 우리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 현지 아프간 사람들과 여성들은 어떤 상황일지 상상할 수 없다"며 "매우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이곳에 희망은 없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db98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