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비트코인, 온라인 금"이라더니…억만장자 투자자 코인 대신 금 샀다
입력 2021-08-18 14:30  | 수정 2021-08-19 15:08

'서학개미' 사이에서 매수 인기를 끈 안보 관련 미국 기술기업 팔란티어가 이달 금을 대량 매수한 사실이 알려졌다. 암호화폐(코인)에 우호적인 기술기업이 비트코인보다 금을 먼저 사들였다는 점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린다. 중국발 코로나19의 델타 변이가 빠르게 퍼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다시 고개를 들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돈줄 조이기 정책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탓에 뉴욕증시에선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 간 투자 비중 조정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17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2021년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달 8월에 금괴 100온스를 약 5070만달러(약 595억원)에 구매했다고 밝혔다. 팔란티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해 영·미권 정부 보안 당국을 고객으로 둔 사이버 안보·빅데이터 부문 기업으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미국 연방 정부와 손잡고 '2001년 9·11 테러' 배후로 꼽힌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에 기여한 것으로 잘 알려진 업체다. '비트코인 신봉자' 피터 틸이 공동 창업한 회사로도 유명세를 탔다.
팔란티어가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금을 사들인 것은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따른다. 금을 대량 매수한 것은 투자 차원에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리스크를 줄이려는 목적이기는 하지만 스퀘어나 테슬라 등 기술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안전 자산' 으로 여기며 금보다 더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5월 팔란티어의 데이비드 글레이저 재무 책임자(CFO)도 '회사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에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는 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그렇다"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CNBC는 팔란티어가 금에 이어 비트코인을 구매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금 가격은 하락세다. 지난 해 8월 사상 최초로 1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 금 값(근월물 선물 기준)은 현재 1785달러선을 맴돈다.

한편 팔란티어가 금에 투자한 것은 회사 재무 사정이 개선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레이저 CFO는 지난 12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부터 부채가 없어졌다"면서 "해당 분기에 대규모 신규 고객처 20개곳이 추가됐고 성장세가 커지면서 영업 직원 100명을 추가 고용했으며 앞으로도 인력 확보와 투자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팔란티어는 지난 2분기 영업 매출(총 3억7600만달러)이 1년 전보다 49% 늘었고 월가 예상치도 뛰어넘었다. 대부분 매출이 미국 원자력보안청,연방 항공청, 질병통제예방청 등 연방 정부와의 계약에서 나오지만 특히 해당 분기에는 미국 상업용 사업 부문 매출이 90% 증가했다.
팔란티어가 목표치로 잡은 오는 3분기 매출(3억8500만달러)도 월가 기대치보다 높다. 회사는 오는 2025년까지 연간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지속할 거라고 보는 한편 기존에 1억2000만 달러로 산정한 회사 여유 자금도 3억달러 이상으로 높였다.
올해 1월 4일~8월 17일 기준 팔란티어 올해 주가 상승률은 2.57%여서 '기술주 위주' 나스닥종합주가지수(15.42%)를 한참 밑돈다. 다만 최근 한 달(7월 19일~8월 17일) 기준 팔란티어 주가는 11.28% 올라 나스닥지수(2.67%)를 뛰어 넘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올해 1월 이후 매수 금액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여덟 번째(약 18억8050달러)로 많이 산 미국 주식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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