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세기 가장 용감한 여성" 故김학순 할머니를 기리며
입력 2021-08-14 16:47  | 수정 2021-11-12 17:05
김학순 할머니의 눈, "'밤비의 눈'과 같았다"

오늘(14일) 유튜브에서 한국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로서 1991년 8월 14일 처음 피해 사실을 알린 김학순(1924~1997) 할머니의 증언 30주년을 기념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내가 기억하는 김학순'을 주제로 실제 김학순 할머니를 만났던 1세대 활동가들을 초청해 고인의 용기를 기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윤영애 전 교회여성연합회 총무는 김학순 할머니를 원폭 피해자 이맹희씨의 소개로 처음 김학순 할머니를 만났다 말하며, 처음 만났던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전했습니다.

윤 전 총무는 김학순 할머니의 눈을 '밤비의 눈'과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김학순 할머니는 자신의 고통과 역사적인 사건을 드러냄을 통해 후배들이나 여성들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오신 것이었다"고 상기하며 "1991년 7월에 처음 만나 이야기를 들었지만, 가부장적이고 여성들에 정조 관념을 강조하던 시대인 만큼 할머니의 이야기가 미칠 파장이 걱정돼 한 달 정도 고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8월 13일, 직접 윤 전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이 저렇게 날뛰는데 뭘 하는 것이냐. 날 당장 불러내"라고 말하며 또다시 대중 앞에 나설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다음날인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학순 할머니는 대중 앞에서 최초로 자신의 아픔을 증언했습니다.

김혜원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초대 할머니복지위원장은 1991년 김학순 할머니와 함께 일본 도쿄 증언 집회를 다녔던 당시 모습을 전했습니다.

김씨는 "많은 청중 앞에 평생 처음 서신 김학순 할머니를 보며 '혹시 할머니가 쓰러지시면 어쩌나' 긴장하고 걱정했지만, 할머니는 당차고 흐트러짐 없이 용기 있는 여성의 모습이셨다"며 "당시 할머니의 증언을 들은 일본인들이 모두 흐느껴 울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정대협에서 총무와 홍보위원장을 지낸 이미경 전 의원은 김학순 할머니에 대해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와는 달랐다. 처음으로 증언한다는 무거운 역할을 감당하신 분이기에 달랐던 것 아닌가 싶다"고 회상했고, "할머니의 증언 이후 피해자들의 신고가 이어졌는데, 할머니에 대해 '20세기 가장 용감한 여성'이라고 표현한 어떤 분의 말에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사 연구자인 박정애 연구원은 김학순 할머니의 강연을 우연히 대학교에서 들은 이후 여성사를 공부하게 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이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중요한 이야기"라며 "역사를 보는 데 있어 현실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지점이 무엇인지 많은 부분을 던져줬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의연은 이날 오후 4시 제9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나비문화제도 개최할 예정이며, 이는 기림 영상, 노래·춤 공연, 연극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30년을 돌아보며 그의 용기를 계승해나갈 것을 다짐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중계됩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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