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이 반도체 파운드리 전문업체인 자회사 DB하이텍 매각을 추진한다. 최근 파운드리 시장이 호황이라는 점에서 매각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LX,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DB그룹은 DB하이텍 매각을 위해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대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복수의 IB 업계와 산업계 관계자는 "DB 측이 주요 인수 후보를 대상으로 DB하이텍의 경영권 지분 인수에 대한 관심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매각 대상은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지분(3.6%), DB그룹의 지주사인 DB(12.39%), DB생명(0.78%), DB김준기문화재단(0.16%)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17.38% 등이 거론된다. DB하이텍은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 10월 말 3만원대였던 주가는 올 1월 7만4000원대까지 갔다가 이날 현재 6만4300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2조8548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지분 100% 기준 기업가치를 4조~5조원대로 예상한다. 이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가치는 7000억~8000억원에 달한다.
매물로 나온 DB하이텍의 새 주인으로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 거론된다. 구본준 전 LG 고문이 이끄는 LX그룹이 DB하이텍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LX는 LG 계열의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인 LX세미콘을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 DB하이텍을 인수하면 LX는 디스플레이 반도체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로까지 미래 먹거리를 확장할 수 있는 도약대를 얻게 된다. 이 밖에도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라인 증설이 시급한 삼성전자와 LG를 DB하이텍 인수 후보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물망에 오른다. 현대차그룹은 DB하이텍뿐만 아니라 키파운드리(옛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부문)를 최근 접촉해 차량용 반도체 공동 개발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일본 르네사스, 독일 인피니온에 의존해 온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면서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국내 파운드리 기업에 생산을 맡기는 것 외에도 역량 있는 반도체 기업을 적극 인수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DB하이텍은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 2위 업체다. 전 세계 시장으로 확대하면 파운드리 기준 9~10위권이다. 주력은 구형인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로,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LG디스플레이·LX세미콘뿐만 아니라 중국 디스플레이·TV 기업 중 상당수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DB하이텍은 그간 반도체 업계에서 단골 매물로 꼽혔다. 2014년에는 현대차그룹 출신 김동진 부회장이 이끈 차량용 반도체 기업 아이에이가 중국계 자본과 컨소시엄(아이에이·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컨소시엄)을 이뤄 우선협상자로까지 선정됐으나 우발 채무 등을 이유로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LG그룹도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LG 측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반도체 품귀 현상이 본격화하고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대전환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DB하이텍의 몸값도 뛰고 있다. 경기 부천과 충북 음성에 공장을 둔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노후화한 8인치 공정이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8인치 기반 반도체 제품도 구하기 어렵다. DB하이텍은 전 라인을 100% 풀가동하고 있지만 DB하이텍에 파운드리 생산을 주문하면 6개월~1년을 기다려야 한다. DB하이텍은 올해 상반기 제품 가격을 20% 올렸지만 고객사들의 주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속속 대형 매물도 나오고 있다. 국내 DDI 주력 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는 중국계 자금인 와이즈로드캐피털에 1조6000억원 규모 매각을 추진하던 중 영국계 사모펀드 코누코피아에서 1조8000억원짜리 매각 제안을 받아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미국의 파운드리 기업 글로벌파운드리(GF)는 최근 인텔에서 300억달러(약 34조원)의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기업공개(IPO)로 투자금을 모으는 방안을 더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B하이텍으로선 새 주인을 맞이하면서 그간 목말랐던 증설을 본격화할 기회가 된다. 반도체 업계는 DB하이텍이 당장 증설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다고 본다. DB하이텍은 반도체 호황에 대응해 12인치 라인 신설, 8인치 라인 증설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으나 자금 문제에 부닥쳐 번번이 무산됐다. 이 회사는 음성 공장에 대규모 유휴 용지도 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12인치 라인을 신설하려면 최대 1조4000억원, 8인치 구형 라인 증설에도 약 7000억원이 든다는 내부 검토 결과가 나왔다"며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증설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은 생산 효율 조정을 통해 가지고 있는 생산능력을 최대한 높이고 있다. DB하이텍은 올해 국내 2개 공장에서 월간 웨이퍼 생산량 기준 9000장을 추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매각 추진은 실적 호조에 따른 주가 상승 분위기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DB하이텍은 이날 공시를 통해 매각 추진 사실을 부인했다.
DB하이텍측은 "당시 최대주주인 DB에 확인한 결과 매각 추진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강두순 기자 / 이종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DB그룹은 DB하이텍 매각을 위해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대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복수의 IB 업계와 산업계 관계자는 "DB 측이 주요 인수 후보를 대상으로 DB하이텍의 경영권 지분 인수에 대한 관심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매각 대상은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지분(3.6%), DB그룹의 지주사인 DB(12.39%), DB생명(0.78%), DB김준기문화재단(0.16%)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17.38% 등이 거론된다. DB하이텍은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 10월 말 3만원대였던 주가는 올 1월 7만4000원대까지 갔다가 이날 현재 6만4300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2조8548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지분 100% 기준 기업가치를 4조~5조원대로 예상한다. 이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가치는 7000억~8000억원에 달한다.
매물로 나온 DB하이텍의 새 주인으로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 거론된다. 구본준 전 LG 고문이 이끄는 LX그룹이 DB하이텍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LX는 LG 계열의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인 LX세미콘을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 DB하이텍을 인수하면 LX는 디스플레이 반도체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로까지 미래 먹거리를 확장할 수 있는 도약대를 얻게 된다. 이 밖에도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라인 증설이 시급한 삼성전자와 LG를 DB하이텍 인수 후보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물망에 오른다. 현대차그룹은 DB하이텍뿐만 아니라 키파운드리(옛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부문)를 최근 접촉해 차량용 반도체 공동 개발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일본 르네사스, 독일 인피니온에 의존해 온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면서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국내 파운드리 기업에 생산을 맡기는 것 외에도 역량 있는 반도체 기업을 적극 인수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DB하이텍은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 2위 업체다. 전 세계 시장으로 확대하면 파운드리 기준 9~10위권이다. 주력은 구형인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로,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LG디스플레이·LX세미콘뿐만 아니라 중국 디스플레이·TV 기업 중 상당수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DB하이텍은 그간 반도체 업계에서 단골 매물로 꼽혔다. 2014년에는 현대차그룹 출신 김동진 부회장이 이끈 차량용 반도체 기업 아이에이가 중국계 자본과 컨소시엄(아이에이·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컨소시엄)을 이뤄 우선협상자로까지 선정됐으나 우발 채무 등을 이유로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LG그룹도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LG 측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반도체 품귀 현상이 본격화하고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대전환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DB하이텍의 몸값도 뛰고 있다. 경기 부천과 충북 음성에 공장을 둔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노후화한 8인치 공정이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8인치 기반 반도체 제품도 구하기 어렵다. DB하이텍은 전 라인을 100% 풀가동하고 있지만 DB하이텍에 파운드리 생산을 주문하면 6개월~1년을 기다려야 한다. DB하이텍은 올해 상반기 제품 가격을 20% 올렸지만 고객사들의 주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속속 대형 매물도 나오고 있다. 국내 DDI 주력 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는 중국계 자금인 와이즈로드캐피털에 1조6000억원 규모 매각을 추진하던 중 영국계 사모펀드 코누코피아에서 1조8000억원짜리 매각 제안을 받아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미국의 파운드리 기업 글로벌파운드리(GF)는 최근 인텔에서 300억달러(약 34조원)의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기업공개(IPO)로 투자금을 모으는 방안을 더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B하이텍으로선 새 주인을 맞이하면서 그간 목말랐던 증설을 본격화할 기회가 된다. 반도체 업계는 DB하이텍이 당장 증설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다고 본다. DB하이텍은 반도체 호황에 대응해 12인치 라인 신설, 8인치 라인 증설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으나 자금 문제에 부닥쳐 번번이 무산됐다. 이 회사는 음성 공장에 대규모 유휴 용지도 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12인치 라인을 신설하려면 최대 1조4000억원, 8인치 구형 라인 증설에도 약 7000억원이 든다는 내부 검토 결과가 나왔다"며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증설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은 생산 효율 조정을 통해 가지고 있는 생산능력을 최대한 높이고 있다. DB하이텍은 올해 국내 2개 공장에서 월간 웨이퍼 생산량 기준 9000장을 추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매각 추진은 실적 호조에 따른 주가 상승 분위기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DB하이텍은 이날 공시를 통해 매각 추진 사실을 부인했다.
DB하이텍측은 "당시 최대주주인 DB에 확인한 결과 매각 추진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강두순 기자 / 이종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