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부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경제계·환경단체 우려 표명
입력 2021-08-05 17:20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 / 사진 = 정부브리핑 캡쳐
탄소중립 2540만 톤 vs 1870만 톤 vs 0톤
"시나리오, 미래상 전망…나침반 역할"
경제·산업계 "목표 과도…경쟁력 약화 우려"
환경단체 "국민 기만 시나리오…화석연료 퇴출 시점 불명확"
탄중위 "9월까지 의견수렴"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위원회가 탄소 감축 목표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2050년을 기점으로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540만 톤, 1870만 톤, 0톤으로 줄이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발표 직후 경제계와 환경단체 등은 제각각의 이유로 비판에 나섰습니다. 이를 예견한 듯 탄중위는 "의견수렴 결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탄중위 "시나리오, 나침반 역할"

탄중위는 시나리오가 2050년 탄소중립이 실현되었을 때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과정을 전망한 것으로, 부문별 세부 정책방향과 전환속도를 가늠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나리오는 미래상에 대한 예측치로, 내용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정책 여건 변화에 따라 일정 기간마다 갱신됩니다. 갱신 주기는 대략 5년 정도를 상정하되, 필요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은 밝혔습니다.

1안은 기존의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발전과 원·연료 전환을 고려한 방안입니다.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2540만 톤입니다.


2안은 1안에서 화석연료를 줄이고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하는 방안입니다.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1870만 톤입니다.

3안은 화석연료를 과감히 줄이고 수소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해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이른바 '넷제로'입니다.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0톤입니다.

각각의 대안은 석탄발전 유무와 전기차·수소차 비율, 건물 에너지 관리, 탄소포집활용및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와 흡수원 확보량을 어떻게 적용했느냐에 따라 차별화됐습니다. CCUS는 발전소나 산업시설 등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압축·수송 과정을 거쳐 저장(CCS)하거나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여 활용(CCU)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흡수원은 바다숲이나 댐홍수터처럼 탄소중립에 도움을 주는 자연환경을 말합니다.

탄중위는 이번에 마련한 시나리오의 비전을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사회"로 설정하고 책임성, 포용성, 공정성, 합리성, 혁신성 등 5가지 원칙에 입각해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9가지 부문별 세부내용도 공개했습니다.

대안별 격차가 가장 큰 '전환'의 경우 1안에서는 2050년까지 수명이 남은 석탄발전소 7기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했습니다. 2안에서는 석탄발전은 멈추고 LNG발전은 긴급 수요에 대응하는 유연성 전원으로 활용한다고 가정했습니다. '넷제로'인 3안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을 늘리고, 근거 법률과 보상방안 마련을 전제로 석탄발전과 LNG발전을 전량 중단한다고 가정했습니다.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업 고로 전체를 전기로 전환하고 석유화학과 정유업에는 전기가열로를 도입하는 방안을 상정했습니다. 바이오매스 보일러 교체 등 연료 전환과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업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에너지 효율화 등을 가정했습니다. 이를 위한 정책 제언으로 기술개발과 시설개선 투자를 확대하고, 배출권 거래제나 녹색금융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이에 따른 2050년 배출량 전망치는 2018년 총 배출량 2억 6050만 톤 대비 79.6% 감축한 5310만 톤입니다.

'수송' 부문의 2050년 배출량 전망치는 1안과 2안의 경우 1120만 톤, 3안은 280만 톤으로 계산됐습니다. 2018년 총 배출량 9810만 톤 대비 88.6%에서 97.1% 감축한 수치입니다. 1·2안의 배출량 가운데 차량의 대체연료 이용에 따른 배출량 940만 톤 분량은 온실가스 포집과 활용으로 상쇄됩니다.

각 대안 간의 차이는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에 따른 것으로, 1・2안은 전기・수소차를 76% 보급, 3안은 97%까지 확대 보급하는 것을 가정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금지 시점에 대해서는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책 대안으로는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와 친환경 철도・해운 전환 등이 제시됐습니다.

이 외에도 '건물'과 '농축수산', '폐기물', '흡수원', 'CCUS', '수소' 등 각 부문별로 구체적인 시나리오별 감축 목표량이 제시돼 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한 방법론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탄중위는 "공개한 세 가지 시나리오 초안에 대해 9월까지 폭넓은 의견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7일 출범하는 탄소중립 시민회의를 통해 일반국민 의견수렴도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위원회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최종안을 10월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제계 "속도조절 필요"

경제·산업계는 대체로 방향성에는 공감하나 목표가 과도하거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제사회의 기후 위기 대응 노력에 동참하고 기후 변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산업 부문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고 밝혔습니다. 탄중위가 제시한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산업 부문은 205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80%를 감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어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에서 무리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국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탄소 감축 기술이나 원·연료 전환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원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탄소중립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시나리오의 감축 수단 중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친환경 연·원료 전환 등이 2050년 내 상용화될 수 있을지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급격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정책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경제·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의견수렴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전기·수소차 보급으로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비중이 줄어들면 타격을 입게 될 영세 하청 부품사 등에 대한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환경단체 "국민 기만"

환경단체는 탄중위의 빈약한 실력을 증명했다며 이번 시나리오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세 가지 시나리오는 대단히 제한적인 전제조건에서 도출된 전망이고 불확실한 이행 수단도 상당 부분 포함돼있다"면서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전망인 1·2안에 '탄소중립 시나리오'라는 이름을 붙여 발표한 것 자체가 탄소중립위의 빈약한 실력을 증명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수치상 탄소중립 달성에 성공한 3안도 어느 시점에 화석연료에 기반한 발전소·수송 수단이 퇴출당하는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는 하나만 남기고 다양한 전제조건을 토대로 시민이 결정할 수 있는 공론장을 재구성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에너지정의행동도 "시나리오 초안을 보면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며 "탄소중립 없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시나리오에 중간 목표와 과정이 없어 문제라면서 "핵발전과 CCUS 등 위험하고 불확실한 대안도 여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국탈석탄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신규 석탄발전기를 존속하고 석탄 발전을 유지하겠다는 시나리오 1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탄소중립위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확실한 신호를 제시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 아닌지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밝혔습니다.

탄중위 "시나리오 택1 아냐…NDC 마련 중"

탄중위는 이번에 발표한 3가지 시나리오와 관련해 "각기 다른 가정과 전제에 따른 다양한 미래 모습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EU와 영국 등에서도 가정과 전제에 따라 복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면서 "의견수렴 결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며, 경제적·기술적 상황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구체적인 방법론과 관련해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20년 수립한 목표를 상향하기 위한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10월 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시나리오 1안에 석탄발전이 포함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상가동 중인 발전기의 조기 중단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 정당한 보상방안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석탄발전을 가동하더라도 CCUS 기술로 탄소 배출량을 전량 처리하여 순배출은 0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탄소중립 추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탈탄소 기술과 화석연료 기술간 가격 차이를 좁히기 위해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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