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최후의 날' 변이 가능성…"매년 수만명'만' 죽으면 다행"
입력 2021-08-05 11:11  | 수정 2021-08-05 11:47
미 시사주간지, 암울한 전망 경고
델타 다음 변이 있을 가능성
"근절 기대 안 한다"

코로나19 근절은 커녕 그저 세계에서 매년 수천·수만 명 정도만 죽어도 다행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습니다.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 사이에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미국이 다시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와중에 나온 경고입니다.

현지시간 4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과학자들은 델타나 람다보다 나쁜 '최후의 날' 변이가 올 수 있다고 말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팬데믹 초기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과소평가해 왔지만, 알파 변이와 베타 변이, 코로나19 완치자를 다시 감염시키는 감마 변이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고 매체는 지적했습니다.

3월 무렵만 해도 감염병 학자들은 백신 접종을 서두르면 팬데믹의 기세를 한 풀 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델타 변이는 이러한 기대를 박살냈습니다.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는 기존의 어떤 종류보다 확산 속도가 빨랐습니다. 미국의 전 지역에서 이로 인해 감염률이 높아지면서 CDC는 마스크 관련 수칙을 바꿔야 했습니다.


미네소타대학 감염병연구소의 마이클 오스터홀름 박사는 "전례없이 많은 수의 집중치료 병상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그의 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적절한 마스크 착용과 강력한 격리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인구 대부분이 수개월 안에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뉴스위크는 이외에도 많은 전문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변종 바이러스의 강력한 전염성이 미국의 집단면역 도달에 대한 이전의 예측을 모두 무너뜨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병원균의 진화를 연구하는 생물학자 조나단 아이슨은 "다른 팬데믹 때문에 이것을 차단하는데 실패했다"면서 "우리 주위에 영원히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할 수 있는게 뭐가 남았는지 계속 알아내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델타의 위협이 줄어도 다른 변종이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여러 국가를 주시하고 있는데, '에타' 변이가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인도에서는 카파 변이도 등장했고, 페루를 휩쓴 람다 변이는 완전한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까지 감염시킵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에콰도르, 텍사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으로 번졌습니다. 그러나 '람다' 변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가운데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최후의 날' 변종이 출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델타는 이미 방역 시스템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줄 수 있는지 입증했습니다. 여기에 수천만 명에 달하는 미국의 백신 미접종자들과 백신에 접근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에서 델타가 확산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스터홀름은 "다음 변종은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델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스위스 바젤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니허는 지난해 8월 코로나19 돌연변이에 대해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아마도 5년 정도의 시간 척도에 대해 걱정하면 될 것"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그는 델타와 코로나19 변이를 "팬데믹 내의 팬데믹"이라고 부릅니다. 델타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빨리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자들의 이해를 뒤바꿔 놓았습니다.

메사추세츠 의과대학 감염병 연구원인 샤론 그린은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델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았다"면서도 "돌연변이가 전염성과 면역 회피 가능성에 이토록 현저한 영향을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에 당황한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장 초기에 바이러스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었습니다. 판단의 근거가 될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전염성이 강한 돌연변이가 만들어지는 속도가 갈수록 느려질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간과한 것은 압도적인 감염 규모입니다. 감염된 사람이 많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변이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4일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2억 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425만 명을 넘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백신이 없어서 맞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른바 '코로나19 실험실'이 될 처지에 놓여있는 것과 다름이 없는 셈입니다.

미시간대학 의사이자 최고보건책임자, 감염병연구원인 프리티 말라니는 "이 시점에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로 감염을 막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백신이 핵심이다. 접종을 주저하는 것이 감염 확산 방지의 걸림돌"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을 우회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지만 낮은 편입니다. 미국의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환자의 99%는 백신 미접종자라는 점에서, 백신은 여전히 효과가 있습니다.

그린과 같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우리 주위에 함께할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접종률을 높인다면, 치명적인 변이 가능성을 낮추고 새로운 백신에 집중하거나 부스터샷 접종으로 위협을 '길들일' 수 있습니다.

그린 박사는 "근절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가 독감에 대해 취하는 것보다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매년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6만 명 정도입니다. 만일, 지금처럼 많은 이들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가 지속된다면 바이러스의 위협에 시달리는 일상은 영원히 지속될 것입니다. 그럴 경우 매년 수천, 수만명이 사망하는 정도만 되도 다행이라고 뉴스위크는 전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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