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올림픽 기간에 숨어 있어라"…日 거리서 쫓겨난 노숙자들
입력 2021-07-31 10:39  | 수정 2021-07-31 10:49
BBC는 30일(현지시간) ‘도쿄 노숙인의 숨겨진 모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사진=BBC
BBC, 거리서 추방된 노숙인 문제 조명
日 사회학자 “사회 최약체 도쿄에서 내몰아”

2020 도쿄올림픽 관련 폭염·선수촌 부실 논란 이외의 또 다른 일본의 민낯이 드러나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림픽 기간 동안 깨끗한 도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숙인들에게 올림픽 기간에는 사람들의 시선에 보이지 않게 숨어 달라”고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0일(현지 시간) 영국 BBC는 ‘도쿄 노숙인의 숨겨진 모습이라는 기사를 통해 일본 정부가 올림픽 선수단과 외신에 청결한 도쿄의 외관을 보이기 위해 노숙자들을 거리에서 내몰았다고 보도했습니다.

BBC는 올림픽 개최국의 경우 도시를 깨끗하게 정리하려 한다”면서도 도쿄의 노숙인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있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노숙인들이 도쿄에서 생활할 수 없도록 크고 작은 공원들의 문을 닫았고, 밤에는 이들이 잠들 수 없도록 환한 조명을 켰습니다.


역 근처에 설치된 텐트들은 모두 철거했으며, 경기장 주변에는 커다란 펜스를 설치해 노숙인의 접근을 막았습니다.

일부 관계자들은 노숙인을 향해 올림픽 기간 동안만이라도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게) 숨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노숙인은 BBC와 인터뷰에서 당국은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거나 사라지기를 원한다. 불공평하고 비인간적”이라고 분노했습니다.

또 다른 노숙인은 올림픽 경기장 건설 때문에 쫓겨난 노숙인들을 알고 있다. 노숙인들은 어디서 생활해야 할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쫓겨났다”고 설명했습니다.

BBC는 30일(현지시간) ‘도쿄 노숙인의 숨겨진 모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사진=BBC

당국의 강압적인 노숙인 정책에 일본 사회학자인 기무라 마사토는 깨끗한 도시환경을 위해 일본 정부는 사회 최약체인 노숙자들을 도쿄에서 내몰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노숙인과 홈리스 지원단체들은 ‘비인권적, ‘불공정 측면을 내세워 항의했지만 정부에 맞설 수 있는 방안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근거로 노숙인 강제 퇴거·이주를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이들을 쉼터로 이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쉼터 만이 해결책은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비교적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모이다 보니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한편, BBC는 일본 정부와 올림픽 위원회 등에 해당 문제에 대해 문의를 했지만 이와 관련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