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실확인] 수영장 물 안에서도 코로나19 감염된다?
입력 2021-07-30 18:01  | 수정 2021-08-05 12:31
여름 휴가철을 맞아 바다나 워터파크로 놀러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물놀이를 하다 보면 눈에 물이 들어가기도 하고 또 물을 먹었다 뱉기도 하는데요. 또 물속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기 어렵다 보니 방역당국도 물 안에서는 예외적으로 마스크를 벗는 것을 허용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물을 통해 감염이 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물속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 확인해봤습니다.

■ 염소로 소독된 수영장 물이 30초 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

최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팀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염소로 소독된 수영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비활성화'라는 제목의 연구인데요. 수영장 물에 코로나19 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넣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봤습니다.

보통 수영장은 미생물이 살지 못하도록 살균 소독을 하는데, 이때 쓰이는 것이 바로 '염소'입니다. 연구진이 수영장의 유리 염소 양과 물의 pH(산도)를 조절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존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그 결과, 물 1리터당 유리염소 1.5mg이 들어 있는 pH가 7~7.2 정도 되는 수영장 물에서 단 30초 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률이 1,000분의 1로 감소하는 걸 발견했습니다. 또 pH를 조절하면서 실험을 진행해봤더니, pH가 낮은 물일수록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수영장 수질 관리 기준을 보면 유리 잔류염소가 0.4mg/L~1.0mg/L pH가 5.8~8.6 정도를 유지하도록 돼 있으니, 실험에서 감염률이 최소화되었을 때 환경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겠죠.


■ 코로나19는 '호흡기 바이러스'…물 통해 전파 가능성 적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보통 감염자의 호흡기를 통해 비말 형태로 분비되면서 다른 사람에게 감염됩니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혼자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바이러스'에 해당하기 때문에 숙주 세포에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생물체입니다. 반면에 박테리아는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 생물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데요. 과거 콜레라나 장티푸스처럼 수인성 전염병의 원인은 대부분 '박테리아'였습니다. 따라서 숙주가 없으면 금방 사멸해버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물속에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박테리아는 완전한 형체를 갖고 있는데 반해 바이러스는 숙주가 없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물에서 전파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수인성 전염병처럼 오래 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물속에 들어간다고 바로 바이러스가 죽는 건 아니기 때문에 물속에서도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또 과거에 수인성 전염병 중 하나인 A형 간염 바이러스 사례를 들 수 있다”며 배변에 묻어있던 바이러스가 지하수와 약수터 물을 통해 전파돼 사람이 감염된 것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그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라며 물속에서도 조심할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 바다·계곡물도 감염 위험성은 적어…다만 오염된 물은 피하는 게 좋아

그렇다면 수영장이 아닌 바다나 계곡은 어떨까요? 염소로 소독하지 않는 바닷물이나 계곡물의 경우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활개치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 천은미 교수는 "바닷물은 고정돼 갇혀 있는 물이 아니고 밀려나가고 들어오기 때문에 물에 희석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즉, 순간적으로 바이러스가 물에 침투했어도 물의 양이 워낙 방대하고 빠르게 순환되기 때문에 그 사이에 감염될 확률은 낮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오염된 물일수록 바이러스 감염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Water Research'라는 학술지에 실린 연구 중에 수질환경 변화에 따른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들의 생존율 차이를 살펴본 내용이 있습니다.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 (SARS-CoV), 인간 코로나 바이러스 229E (HCoV) 등이 그 대상입니다. 실험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이 바이러스들은 공통적으로 깨끗한 수돗물보다는 오염된 폐수에서 더 길게 살아남았습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경우는 아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들의 특성을 보았을 때 오염된 물일수록 잘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대변 등 배설물에서 자주 발견되기 때문에, 오염된 바닷물보다는 소독을 주기적으로 하는 수영장이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천은미 교수는 "바닷물 중에도 배변 등이 있는 오염된 물이 있을 수가 있는데, 그럴 경우는 별로 없겠지만 오염된 물을 마셨을 때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오염된 바닷물 때문에 감염 걱정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 결국 감염은 물 밖에서

전문가들은 결국 감염은 물 밖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천은미 교수도 "물놀이 후 사람들이 밀집해있는 락카 등에서 호흡을 통해 감염이 이뤄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정기석 교수는 "물 밖으로 나오면서 머리를 털고 숨을 내뱉는 등 행동들을 통해서 충분히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물놀이장은 야외와 같기 때문에, 물에 나오면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종합하면 물 안에서도 코로나19가 감염된다는 건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단됩니다.

[ 김보미 기자 / sprni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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