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안산 '페미 논란'에…외신들 "女 공격하는 온라인 학대"
입력 2021-07-30 08:50  | 수정 2021-08-06 09:05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인 안산 선수 관련 로이터 기사 / 사진=로이터 홈페이지 캡처
"이상에 순응 않는 여성에 대한 공격"
"헤어 스타일로 혐오…일베 떠올라"

2020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혼성·여자 단체전)에 오른 안산(20) 선수가 '숏컷'이라는 이유로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외신들도 안 선수를 향한 누리꾼들의 혐오 공격을 조명했습니다.

외신들 "짧은 머리, 반페미니즘 정서 자극"

현지 시각으로 29일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양궁 선수가 짧은 머리로 반페미니즘 정서를 자극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남성들 배경에는 반페미니즘 정서가 있다. 안 선수를 향한 공격은 '온라인 학대'"라며 "한국에서는 여성 권리 증진을 위한 공공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페미니즘이 뜨거운 화제"라고 전했습니다.

BBC 방송도 "양궁 2관왕에 오른 안 선수가 온라인 학대를 당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연예인들은 짧은 머리를 한 사진을 올리며 그녀를 응원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BBC 서울 주재 특파원인 로라 버커는 "안 선수를 향한 공격은 자신들의 이상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공격하는 소수 인원의 목소리"라며 "성평등 문제 및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는 한국의 20대 남성 중 58.6%가 페미니즘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답했다는 내용의 통계를 인용해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가 돼 버렸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뉴욕타임스 서울지부 객원 기자인 켈리 카술리스 조 또한 "안 선수는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남성 누리꾼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며 "헤어스타일 하나로 혐오 운동이 벌어지다니, 일베를 떠올리게 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페미 논란에 정치권 엄호 "세상 편견 뚫길"


앞서 안 선수는 왜 머리를 짧게 자르느냐는 한 누리꾼의 물음에 "그게 편하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안산은 숏컷을 했으니 페미니스트"라면서 안 선수가 여대 출신인 점 등을 거론하며 맹비난했습니다. 몇몇 누리꾼들은 "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라는 과격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안 선수를 향한 도를 넘은 비난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는 '안산 수호'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머리가 짧다는 이유는 여성 비난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안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오늘도 거침없이 활시위를 당겨달라. 그 단호한 눈빛으로 세상의 모든 편견을 뚫어버려라"라고 격려했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페미 같은 모습은 없다"면서 자신의 숏컷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안산 선수를 보호해주세요" 운동도

안산 선수를 지켜달라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 주세요', '악플러들을 처벌해 주세요' 등과 같은 제목의 글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양궁협회 관계자는 "큰 경기를 앞둔 안산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줬으면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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