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 한낮 테니스 코트 50도…경기 시간 '11시→3시' 변경
입력 2021-07-29 18:37  | 수정 2021-08-05 19:05
“숨쉬기 어려워, 심장이 꽉 막힌 느낌”
ITF, 폭염과 습도에 경기 시간 변경

2020년 도쿄올림픽 개막 후 일본의 고온다습한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선수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도쿄도(東京都) 고토(江東)에 있는 올림픽 테니스 코트의 경우 한낮 직사광선을 받으면 최대 50도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2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제테니스연맹(ITF)은 이날부터 테니스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3시로 변경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경기 운영은 오전 11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과 높은 습도 탓에 곳곳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결국 시간을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전날 남자 단식 3회전에 출전한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올림픽경기위원회·2위)선수는 무더운 날씨 탓에 경기 도중 심판에게 두 차례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했습니다. 그는 경기는 끝낼 수 있지만, 죽을지도 모르겠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메드베데프 선수는 경기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1세트부터 숨쉬기가 어려웠다”며 지금까지 이런 습도는 경험한 적이 없을 정도로 심장이 꽉 막힌 느낌이 들었다. 오늘이 내게 가장 괴로운 날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스페인 대표팀 파올라 바도사 선수는 열사병 증세를 겪고 기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바도사는 이날 휠체어를 타고 코트를 벗어났습니다.

앞서 지난 24일 세르비아 테니스 선수 노바크 조코비치는 지금까지 경험한 더위 중 가장 혹독하다”고 항의했습니다. 이날 테니스 코트의 체감 온도는 37도, 습도는 79%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경기 시간 연기 소식을 들은 조코비치는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좀 더 일찍 정해졌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온이 가장 높은 한낮에 테니스 경기가 치러지게 된 배경에 대해 NBC의 입김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테니스 경기가 오전 11시에 치러진 것은 미국에서 시청자가 가장 많은 황금시간대에 맞췄기 때문”이라며 IOC가 거액의 중계권료를 받은 탓에 NBC에 끌려다니며 선수들의 컨디션은 뒷전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NBC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내 올림픽 중계 계약권을 갖는 조건으로 IOC에 43억8000만 달러(약 5조 원)를 지불했습니다. 또한 중계권을 2032년까지 연장하는 조건으로 77억5000만 달러(약 9조 원)를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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