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나 죽으면 누가 책임?" 랭킹 2위 호소 뒤에야…테니스 오후 3시로 연기
입력 2021-07-29 16:18 
28일 여자 단식 8강전 도중 무더위로 기권을 선언한 뒤 휠체어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파울라 바도사. [사진 = 연합뉴스]

기온 32~35도, 습도 80%의 찜통더위로 인해 도쿄올림픽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테니스 경기 시작 시간이 오후 3시로 변경된다.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 더위로 선수가 휠체어에 실려가고, 경기를 마친 선수들 사이에서 "살인 더위"라는 호소가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몸 상태가 나빠져 경기를 포기한 선수가 나온 뒤에야 조치를 취하는 등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자 단식 8강전에 출전한 스페인 파울라 바도사는 살인적 더위 탓에 1세트 후 기권했다. 무더위를 이기지 못한 바도사는 휠체어에 올라타고 겨우 코트를 빠져나갔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조직위와 협의한 끝에 29일부터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3시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경기 시간은 이날까지 오전 11시, 30일부터 8월1일까지 낮 12시에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스포츠호치는 테니스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의 말을 인용해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하지만, 좀 더 일찍 결정됐어야 했다"고 전했다.
앞서 세계랭킹 2위인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선수단·ROC)는 28일 도쿄 아리아케 테니스 파크에서 열린 남자단식 16강전에서 파비오 포니니(31위·이탈리아)를 2-1(6-2, 3-6, 6-2)로 눌렀다. 하지만, 그는 찌는 듯한 더위 때문에 기쁨보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메드베데프는 경기 도중 주심에게 "경기를 계속할 수 있지만 죽을 수도 있다"며 "만일 내가 죽으면 당신이 책임질 것이냐"라고 따졌다.
심판과 경기 운영진은 정해진 일정이라며 메드베데프의 불만을 무시했다. 이날 경기는 오전 11시에 시작돼 오후 1시를 넘겨 2시간 25분 진행됐고, AP통신은 "체감온도는 37도까지 올라갔다"고 보도했다.
한편, 폭염 우려에도 일본은 "이 시기는 맑은 날이 많고 따뜻해 선수에게 이상적인 기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위로 인해 '올림픽의 꽃'인 마라톤이 개최 도시 도쿄가 아닌 삿포로에서 치러지는 웃지 못할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자국에서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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