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8개 암호화폐 거래소에게 고객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을 바로잡으라고 권고했다.
조사 결과 월간 거래액이 과도하면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고객이 거래소에 맡긴 암호화폐의 이자 지급을 회사가 사실상 자의적 판단으로 취소·보류할 수 있는 황당한 약관 내용이 대거 확인됐다.
28일 공정위는 8개 가상자산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총 15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해 시정권고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사업자들이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공정위 의결을 거쳐 강제력이 있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시정명령도 따르지 않는 경우 검찰 고발 등의 추가 조치가 가능하다.
4대 가상자산 사업자인 빗썸코리아, 두나무, 코빗, 코인원을 비롯해 스트리미, 오션스, 플루토스디에스, 후오비 등 대형 업체들이 권고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공정위가 직접 현장조사에 나섰던 곳들이다. 업체별로는 코빗이 9개 항목에서 가장 많은 시정권고를 받았다. 두나무·스트리미가 7개, 코인원·플루토스디에스·후오비는 6개, 오션스는 5개 항목에서 문제가 있었다. 가장 적은 지적을 받은 곳은 2개 항목에 대해 시정권고를 받은 빗썸코리아였다.
공정위가 적발한 불공정 유형은 ▲약관 개정 조항 ▲약관 외 준칙 조항 ▲서비스 변경·교체·종료 및 포인트 취소·제한 조항 ▲부당한 환불·반환 조항 ▲스테이킹(노드) 서비스 조항 ▲이용계약 중지 및 해지 조항 ▲서비스 이용 제한 조항 등이다.
우선 공정위는 회사가 약관을 개정할 때 고객 동의 절차를 임의로 단축한 부분을 지적했다. 8개 사업자들은 고객에게 불리한 내용을 포함해 약관을 개정하더라도 7일 또는 30일 이전에 공지하고, 고객이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을 본다는 약관을 운용했다. 공정위는 고객에게 내용을 개별통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표시하지 않은 고객 의사를 회사가 마음대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또 '7일 전' 공지기간은 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의 규정(1개월 전)에 비해 부당하게 짧다고 봤다.
[사진 출처 = 공정거래위원회]
스테이킹(노드) 서비스 수익에 대한 지급 취소·보류 사유를 '비정상적 서비스 이용'이나 '네트워크·시스템 오류' 등으로 불분명하게 명시한 부분도 무효로 결론이 났다. 스테이킹 투자란 고객이 특정한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예치하고, 주기적으로 수익을 받는 일종의 이자형 서비스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고객의 수익을 자의적으로 취소·보류할 수 있는데다, 시스템·네트워크 오류 등 회사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까지 수익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해당 조항을 무효로 판단했다.불분명한 서비스 이용제한 조항에도 시정권고가 내려졌다. 대부분 업체들이 '월간 거래 이용금액이 과도한 경우'나 '비밀번호 연속 오류' 또는 '법령을 위반하거나 위반이 의심되는 경우' 서비스 이용 제한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다. 공정위는 어느 정도 금액이 과도한지, 오류가 몇번 연속되고 법령은 어느정도까지 위반해야 서비스가 제한되는 지를 알 수 없어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밖에 약관에 없는 사안은 회사의 운영정책에 따른다는 조항, 회사가 서비스를 회사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경할 수 있고 고객에게 지급한 포인트도 명확한 기준이나 사전 안내 없이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시정권고 대상이었다. 부당한 환불·반환조항도 도마에 올랐다. 거래소 시스템 상에서 선물받은 콘텐츠는 환불을 해주지 않거나, 잔고가 최소출금 가능금액보다 적으면 이용 계약을 해지할 때 이를 회사가 가져간다는 조항 등도 마찬가지였다. 모호한 계약해지 규정, 광범위한 면책조항, 이용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암호화폐로 할 수 있다는 조항, 최소 입출금액을 회사가 임의로 바꾸고 매매계약 체결 전에 회원의 매매취소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 등에도 대거 시정권고가 내려졌다.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