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포커스M] "지방문화재라 서럽습니다"…방치·훼손되는 '향토유적'
입력 2021-07-15 19:20  | 수정 2021-07-18 09:26
【 앵커멘트 】
향토유적을 아십니까?
국가 지정 문화재는 아니지만, 지자체가 지역에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정한 문화재를 말하는데요.
그런데 지정만 해놓고 관리를 하지 않아 방치되고 훼손된 향토유적이 너무나 많습니다.
차별받는 향토유적, 윤길환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기자 】
조선시대, 수원화성으로 가는 이정표역할을 한 남창교 표석입니다.

지난 2006년 수원시가 향토유적으로 지정했는데, 안내판도 없이 인도에 덩그러니 방치돼 있습니다.

표석 앞엔 누군가 자전거를 묶어놨고, 뒤로는 생뚱맞게 한전의 전기관리장치가 맞붙어 있습니다.

▶ 인터뷰 : 박갑수 / 경기 수원시
- "문화재인 줄 몰랐습니다. 주변이 너무 더럽고 관리가 소홀한 것 같아서…."

수원의 다른 향토유적인 숙지산 화성 채석장은 보러 가는 길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주민들은 뒷산에 문화재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 인터뷰 : 채석장 인근 주민
- "채석장요? 뭐하던 채석장을 말하는 건데요? 산에 채석장 있다고 저는 처음 듣는데, 여기엔 아예 없어요."

산 이곳저곳을 헤매다 겨우 채석장을 찾았습니다.

▶ 스탠딩 : 윤길환 / 기자
- "이곳 숙지산의 채석장은 수원화성을 지을 때 쓰인 성돌의 절반 가까이 만들어진 곳이지만, 이렇게 덤불에 뒤덮인 채 방치돼 있습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이 잘 보존된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이란 전설이 있는 대전의 천근 벙어리샘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안내판 글씨는 다 지워졌고, 샘에 덮개만 달랑 얹혀 있어 마을 정화조와 구별이 안 됩니다.

▶ 인터뷰 : 김선희 / 대전 문화동
- "뭔지 모르고 그냥 하수 관련 처리장인가? 별생각 없이 지나갔죠."

복원·유지 예산이 지원되는 국가지정문화재 등과는 달리 향토유적은 지자체의 재량으로 관리합니다.

이렇다 보니 한 지역에서도 유명 문화재엔 예산이 풍족하지만, 향토유적은 차별받기 일쑤입니다.

▶ 인터뷰 : 김준혁 /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 "정부가 지정한 문화재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보존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까 (지자체) 본인들이 지정한 향토유적에 대한 보존은…."

차별받는 향토유적에 대한 관심과 지원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포커스M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조영민·박인학 기자, 엄태준 VJ, 영상편집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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