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연기금 쓸어담는다…코스닥 또 지붕 뚫었다, 1054.31
입력 2021-07-15 17:50  | 수정 2021-07-15 22:52
외국인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반도체주를 비우는 대신 그 자리에 2차전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 같은 2차전지 제조사뿐 아니라 양극재 등 소재업체로 외국인이 투자 범위를 넓히면서 코스닥시장으로 온기가 확산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15일 0.89% 올라 1054.31로 마감하면서 2004년 지수 조정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303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기금 또한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 91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이 결과 코스닥 지수는 이달 들어 2.36%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2조333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코스피는 도리어 0.32% 떨어졌다. 이는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업체가 코스피 가운데 2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올해 4분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결과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8113억원, SK하이닉스를 274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도체를 비운 자리에 외국인은 'K배터리'를 채우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SDI였다. 삼성SDI 뒤를 이어 외국인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LG화학을 대거 순매수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외국인이 배터리 완성품 제조사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업체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엘앤에프였다. 엘앤에프는 배터리 양극재를 제조하는 업체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에 납품하고 있다. 엘앤에프 뒤를 이어 외국인은 카카오게임즈를 많이 순매수했고, 에코프로비엠과 천보가 뒤를 이었다. 에코프로비엠은 엘앤에프처럼 배터리 양극재를 생산하며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에 납품한다. 천보는 배터리 전해질을 생산하는 업체로 역시 국내 배터리 제조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국 배터리 산업이 성장하면 함께 실적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업체들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신차를 생산하려고 배터리를 대량으로 발주했다"면서 "올해 전기차 판매량도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고 자연스럽게 소재 업체들도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실한 거래처를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는 설비투자를 단행하면 그만큼 실적이 늘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편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5월 하이니켈계 양극소재 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1340억원을 시설 증설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천보 또한 중대형 리튬전지용 F전해질(LiFSI) 생산 시설을 증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전해질은 2차전지의 충전·방전 기능을 담당하는 소재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격적인 국내외 증설을 통해 에코프로비엠은 매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차별화된 기술력 및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 절감으로 앞으로 이익률 또한 급격히 호전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배터리 소재 업체들을 당분간 주가 흐름이 좋을 것"이라며 "최근 수주를 많이 진행한 SK이노베이션으로 납품하는 업체 가운데 에코프로비엠, SKC, SKIET 등 업체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발 전기차 호황으로 배터리 산업 전반에 활기가 넘칠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에서 전기차(승용차 기준)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7.4% 폭증해 21만2100대에 달했다. 전기차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지난 5월 전기차 출하량은 18만4300대에 그쳤다. 세계 전기차 중심이 유럽에서 중국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이를 반영해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사 닝더스다이(CATL)는 올해 들어 주가가 57% 폭등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지만 한국 배터리주는 여전히 잠잠하다. CATL과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의 경우 주가가 올해 들어 오히려 0.73% 떨어지며 뒷걸음질했다. 이 결과 LG화학은 최근 12개월 수익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PER)이 35배에 그친다.
CATL이 같은 기준으로 185배에 달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PER는 실적 대비 시가총액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PER가 낮을수록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본다.
삼성SDI 또한 같은 기준으로 PER가 73배로 CATL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외국인이 중국보다 기술력은 월등히 높지만 주가는 낮은 한국 배터리 업체에 투자를 집중하는 이유다.
[김규식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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