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맘 바뀌었네…중국 기술주 즐겨담던 캐시 우드의 '변심'
입력 2021-07-14 17:38  | 수정 2021-07-14 19:48
한국·미국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돈나무'라는 애칭이 붙은 유명 펀드사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기술주 매수 경고음을 냈다. 중국이 '사이버 보안' 문제를 들어 자국 정보기술(IT) 기업 단속에 나서면서 공산당 지도부 특유의 자의적 규제 리스크가 불거졌고, 이것이 기업 성장성을 갉아먹어 주가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다만 미국 기술주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뛰어넘는 성장성을 기대했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사진)는 13일(현지시간) 열린 자사 웨비나를 통해 IT 대기업을 위시한 중국 기술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낸 한편 미국 기술주에 대해서는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선 중국 기술주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중국 정부가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보며, 연장 선상에서 나도 이런 점 때문에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가 원점으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면서 "중국 당국이 사이버 안보·반독점 우려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기술 기업이 놀라운 성장을 이룰 의지를 쪼그라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우드 CEO는 중국 IT 기업 주식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는 인기 상장지수펀드(ETF)인 '아크 자율주행·로봇공학(ARKQ)'을 통해 지난주부터 처분에 나섰다. 이달 9일 기준 지난주 텐센트 주식을 총 34만453주 내다 판 데 이어 12일에도 35만2991주를 매도했다. 징둥닷컴 주식도 지난주 34만1190주에 이어 12일 6만6600주를 처분했다. 또 다른 ETF인 '아크 차세대 인터넷(ARKW)'을 통해서는 텐센트 계열사인 중국 인터넷 게임 생방송 플랫폼 후야 주식 65만6488주를 지난 9일 매도한 데 이어 12일에도 27만3735주를 내다 팔았다.
아크는 앞서 ARKQ 등을 통해 '중국판 아마존'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바이두를 비롯해 텐센트, 후야 등 중국 IT 업체들에 집중 투자해 왔다. 지난주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과 풀트랙얼라이언스 등에 대해 보안상 이유로 해당 업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신규 사용자 가입을 금지시키고 중국 업체의 뉴욕 증시 상장을 규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때다.
우드 CEO가 중국 투자 비관론을 펼친 이유는 미·중 갈등 리스크가 커진 와중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 특유의 정책 불확실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알리바바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장 무기한 연기 사태와 올해 6월 말 디디추싱의 뉴욕 증시 상장에 대한 부정적 압박 등 최근 일련의 사례를 미뤄볼 때 당장은 투자 호재가 들려올 수 있어도 언제 악재가 불거질지 모른다는 점이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가 상승 여력을 깎아먹는다는 지적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편 우드 CEO는 인플레이션 압박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베팅 업체 드래프트킹스나 전기차업체 테슬라 등 미국 기술주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물가가 일시적으로 뛰면서 인플레이션이 (기술주) 주가를 떨어뜨리는 '킬러'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그간 채권 시장이 인플레이션에 과하게 반응한 탓"이라고 했다. 이어 "기술 혁신 덕분에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명목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놀라울 정도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우드 CEO는 특히 전기차와 온라인 베팅 산업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 유가가 빠르게 올랐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갑작스러운 투매가 이뤄져 시세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실제 원유 수요가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95억달러 규모인 온라인 베팅 시장이 2025년에는 370억달러에 달해 약 4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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