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델타' 엎친데 '람다' 덮치나…람다 변이, 백신 무력화?
입력 2021-07-14 12:34  | 수정 2021-07-21 13:05
페루 신규확진 80%가 '람다'…치명률 9.3%
높은 전파력, 백신 회피 가능성…"우려 시기상조" 의견도
더 많은 과학적 분석과 연구가 필요한 상황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중남미 대륙을 중심으로는 '람다 변이'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직 람다 변이에 대해 정확한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은 탓에 불안감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페루 신규 확진자 80% '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람다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남미 페루에서 처음 확인됐습니다.

WHO는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해 전파력과 치명률 등에 변화가 있는지, 백신 효과는 얼마나 있는지 등을 고려해 변이 바이러스를 '우려 변이'와 '관심 변이'로 따로 지정해 관리 중에 있습니다. 현재 람다 변이 바이러스는 '관심 변이'로 지정돼 있으며 이전에는 일명 '안데스 변이'로 불렸습니다.

페루를 비롯한 남미 대륙에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했던 지난 4월, 브라질발 감마 변이 바이러스와 함께 현재는 람다로 불리는 안데스 변이 바이러스의 존재가 주목 받기 시작했습니다.

페루에서는 지난 4월 이후 두 달 동안 신규 코로나19 확진자의 80%가 람다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람다 변이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것은 페루의 높은 치명률 때문입니다. 페루의 누적 확진자는 208만1557명이며 사망자는 19만4488명으로 치명률이 무려 9.3%에 이릅니다.


하지만 페루는 람다 변이가 확산되기 이전부터 치명률이 가장 높았던 적이 있어 현재 치명률이 높은 것을 람다 변이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습니다.

칠레의 경우 백신 접종률이 50%가 넘었는데도 확진자 3명 가운데 1명이 람다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신규 확진자 가운데 40%가 람다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유럽 등 세계 30개국 확산


현재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부 국가 등 전 세계 약 30개 국에서도 람다 변이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람다 변이 유입을 우려해 남미 국가 상당수를 여행 금지 국가 리스트에 올려놓았습니다.

앞서 미국 포브스는 람다 변이가 미국, 독일, 멕시코, 스페인, 이스라엘, 콜롬비아, 프랑스, 이집트, 스위스, 영국, 이탈리아, 브라질, 캐나다, 네덜란드, 아루바, 포르투갈, 덴마크, 체코, 터키, 호주, 퀴라소, 짐바브웨 등에서 보고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을 두 차례 다 맞고도 람다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람다 변이에 대해 '백신 회피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입니다.

미국 폭스 뉴스에 출연한 너새니얼 란다우 뉴욕대 그로스먼 의과대학 교수는 "(람다 변이의 경우) 단백질에 작은 돌연변이가 있어 이전 바이러스보다 더 전염성이 크다"며 "그런 측면에서 델타 변이와 아주 유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람다 변이가 '전파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겁니다.

또 칠레대 리카르도 소토리포 교수 등은 아직 정식 게재 전인 최근 연구 논문에서 화이자, 모더나, 시노백 백신으로 만들어진 항체가 람다 변이에 맞서는 능력이 덜 강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바이러스 중화는 가능하며 "중화항체의 감소가 백신 효과의 감소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미리 걱정할 이유 없다" 시각도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더 높고, 백신 접종도 소용 없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확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인과관계가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람다 변이를 연구한 너새니얼 랜도 뉴욕대 미생물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서 람다 변이가 델타보다 더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할 근거는 없다”며 이 변이에 대해 더 알기 전에 미리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또 람다 변이 등장을 기록한 페루 카예타노 에레디아 대학 파블로 츠카야마 미생물학 교수는 열악한 남미 의료 환경으로 람다 변이를 조사할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렇게 생긴 정보 격차가 람다 변이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우리가 아는 게 워낙 적다 보니 많은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아직 델타 변이와 비교했을 때 람다 변이의 위험성을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지적하며, 현재는 델타 변이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내 '람다' 감염 사례 없어

국내에서는 해외유입 사례와 국내 자체 전파 사례를 포함해서 아직까지 람다 변이가 발견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은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검사분석팀장은 어제(13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내에서 람다 변이가 확인된 바는 없다”며 "일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신 및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가 어느 정도 유효하다는 판단은 있지만, 근거자료를 더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람다 변이의 확산세가 더 거세지고 높은 전파력과 백신 회피 가능성이 사실로 증명될 경우 '우려 변이'로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람다 변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분석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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