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남매가 아닌 가해자와 살고 있습니다" 靑 국민청원
입력 2021-07-14 09:34  | 수정 2021-07-14 09:37
친오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지만 여전히 같이 살고 있다는 19살 여학생의 사연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초등학생 때부터 친오빠에게 성폭행 당했다"
"부모님은 오빠 편, 저는 혼자 재판 중"

친오빠에게 성폭행 당한 19세 여학생이 가해자인 오빠와 한 집에서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하며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오늘(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자신을 19살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소개하며 "친오빠에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저희 집이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청원인에 따르면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고 청원인과 오빠는 다른 남매보다 친하게 지냈습니다. "어렸던 저를 정서적으로 키워준 것도 부모님이 아닌 오빠"였다고 청원인은 회상했습니다.


그러다 집이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자 부득이하게 오빠와 한 방에서 지내게 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청원인은 "공사를 하고 있을 때 저희는 한 방에서 같이 잠을 자던 때가 있었다"며 "그 때 저는 잠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오빠는 뒤에서 절 감싸 안고 있었고 갑자기 오빠의 손이 제 가슴 위로 올라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원인은 "'오빠가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실수로 만졌겠지, 내가 여기서 뿌리치거나 화를 내면 오빠랑 어색해지려나' 등 여러 생각을 했고 결국 저는 조용히 계속 자는 척 행동했다"고 설명했으며 "그 뒤 어떻게 추행이 폭행으로 바뀐 건지 기억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기억하는 것은 저희 오빠와 제 관계에선 한 번도 콘돔 등의 피임도구를 쓰지 않았다”며 "오빠와 같은 공간에 머무르게 되어 오빠와 있던 일이 떠올라 불편해서 방으로 피하고 들어갈 때면 오빠는 계속 제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고 전했습니다. 문을 잠그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이유로 "부모님이 방문 잠그는 걸 좋아하지 않아 방 문 손잡이가 없었던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제가 거절하는데도 오빠는 억지로 관계를 맺고 제 얼굴에 사정했다”며 자다가 인기척에 눈을 뜨면 저를 만지며 보고 있는 오빠의 풀린 눈, 그 눈이 생생해서 저는 잠에서 깰 때 여전히 두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청원인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이고 검찰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오빠는 전혀 반성을 하지 않았다"며 "결국 올해 2월에도 오빠로부터 성추행이 있었고 전 화를 냈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저를 꾸짖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청원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하자 "'주 양육자'이신 아빠가 제 뺨을 두 차례 내리치셨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청원인은 정신과 치료를 위해 입원을 했고 오빠는 접근금지 처분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원인은 "부모님은 현재 가해자인 오빠 편에 서서 사설 변호사를 여럿 선임해 재판을 준비 중"이라며 "저는 국선 변호사 한 분과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남매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살가움을 요구하는 부모님 밑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냐"며 "이 사건이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처참하게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시도라 생각하고 글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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