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크래프톤 '몸값 낮추기'에 카뱅 공모가 영향받나
입력 2021-07-04 17:10  | 수정 2021-07-04 19:40
◆ 레이더 M ◆
조(兆) 단위 몸값에 도전하는 공모 기업들이 동학개미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여론을 감안해 몸값 조정에 나선 기업이 생겼으며, 일반 청약 물량을 모두 균등 배정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금융감독원까지 공모가 산출 과정이 합리적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어 공모 예정인 기업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 SD바이오센서는 5~6일 국내외 연기금, 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선다. 공모가 범위는 주당 4만5000~5만2000원으로 책정했다. 최대 5조3000억원의 시가총액을 목표로 하는 셈이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 5월 증권신고서를 처음으로 제출했으나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제출 요구를 받았다. 당시 금감원은 회사 측에 공모가 산정 시 참고한 비교 기업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포함해주길 요청했다.
이 같은 상황은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의 공모에서도 또다시 벌어졌다. 크래프톤은 첫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지 일주일 만에 금감원의 정정 제출 요구를 받았다. 이후 공모가 범위를 40만~49만8000원으로 종전(45만8000~55만7000원) 대비 10%가량 낮췄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 일렉트로닉 아츠 등 글로벌 기업 7곳을 비교군에서 빼고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를 포함했다.
두 회사는 모두 개인투자자들로부터 공모가 산정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받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금감원 공시심사실은 공모 기업의 증권신고서를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차원에서 공모가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는 없다"며 "다만 공모가 산출 과정에서 합리적이지 않거나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정보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D바이오센서, 크래프톤의 공모가 산정 방식이 사실상 당국의 퇴짜를 맞으면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공모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한 증권사 IPO본부장은 "발행사들이 개인과 여론을 예전보다 더 신경 쓰는 추세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8일, 카카오페이는 지난 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수요예측과 청약을 거쳐 다음달에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지만 정정 요구를 받으면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가치 비교 대상으로 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컴퍼니' 등 외국 기업 4곳을 제시했고 국내 금융그룹을 포함하지는 않았다. 카카오페이는 미국 페이팔과 스퀘어, 브라질 파그세구루 등 외국 금융플랫폼 기업 3곳을 비교 대상으로 가치를 평가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경우 각각 '디지털 은행' '모바일 간편결제'란 새로운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만큼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의 일반 청약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공모주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 청약 물량의 100%를 균등 배정으로 진행할 계획이어서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인지도를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편 공모주시장은 7월 말~8월 초 '슈퍼 위크'를 맞이하게 됐다. 카카오뱅크와 HK이노엔, 크래프톤, 카카오페이가 일반 청약에 순차적으로 나서게 돼서다. 개인 입장에선 공모주 청약 후 환불금을 받은 뒤 청약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크래프톤 청약 참여자는 카카오페이 청약 마감일(8월 5일)에야 환불금을 돌려받는다. 증권사의 온·오프라인 플랫폼 모두 '북새통'을 이룰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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