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형 생명보험사도 포기…실손보험 가입 힘들어지나
입력 2021-07-04 16:06  | 수정 2021-07-11 17:05
"실손보험이 야기한 적자로 인한 사태"
사실상 판매 포기 선언

생명보험업계에서 실손의료비보장보험(실손보험) 판매 중단이 연이어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 생명보험사조차 최근들어 실손보험 가입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운영해 사실상 판매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전화로 실손보험 가입을 문의하는 소비자에게 '최근 2년 내에 병원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다면 가입 불가'라는 이유로 거절했고 소비자가 수술이나 입원, 만성질환이 아니며 독감이나 소화불량, 가벼운 외상으로 외래 진료를 받았다고 설명해도 "가입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또 교보생명과 함께 생명보험업계 쌍두마차를 이루고 있는 한화생명도 2년 내 병원 진료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실손보험 가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실손보험으로 야기된 심각한 적자 탓에 최근 들어 가입 조건을 계속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공식적인 가입 조건은 '2년이내 병력 중 높은 재발률로 추가검사비 등 지급 가능성이 높은 병력은 가입이 제한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재보험사를 통해 조건부로 가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2년 내 1회 진료로 무조건 안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모호한 부분이 있고 추가 보험료 부담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심사나 그에 따른 거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일단 가입이 어렵다고 응대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보험업계는 해당 사태에 대해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모두 사실상 실손보험 판매의 포기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년 내 1회 외래진료만으로도 가입을 거절한다는 것은 실손보험을 안 팔아도 그만이라는 뜻"이라며 해당 사태에 대해 '과도한 심사'라는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덧붙여 "대형 보험사로서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울며 겨자먹기로 4세대 실손을 출시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신규 계약을 기피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화생명 관계자 측은 "병원을 거의 안 가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다"며 실손보험 판매 중단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설명과는 사뭇 다르게 2011년부터 작년까지 7개 생명보험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했으며, 올해 3월 미래에셋생명[085620]에 이어 이달 4세대 실손 출시를 앞두고 동양생명[082640]과 ABL생명도 연이어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도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5∼6월에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졌습니다.

삼성화재는 최근 2년간 진단, 수술, 입원, 장해, 실손 등 명목으로 받은 보험금이 모든 보험사를 합쳐 50만원을 초과한다면 이달부터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2년간 보험금 수령액이 100만원 이하라면 가입할 수 있었던 지난달 대비 기준 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삼성생명도 최근 2년간 모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수령액이 100만 원을 넘으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조건을 심사 기준에 추가했으며, 이외에도 전문가의 방문 검사·심사를 받아야 하는 연령대도 종전 60대에서 50대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실손보험에) 가능한 한 건강하면서도 의료기관 이용을 안 하는 사람만 골라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기존 1·2세대 실손보험 상품의 손실이 워낙 크다 보니 신규 가입자는 점점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받는다"고 해당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한편,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4세대 출시나 기존 상품 가입자의 전환 일정에 대한 부분적인 지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 NH농협생명, 한화손해보험 등은 이달 중이나 다음 달부터 기존 1∼3세대에서 4세대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인터넷 채널에서 '개정 작업'을 이유로 19일까지 판매를 일시 중단됐고, 한화생명도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는 20일에 재개할 예정임을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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