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오세훈-이재명 '역사인식' 공방…"역사지식 부재" vs "역사왜곡"
입력 2021-07-03 15:35  | 수정 2021-07-03 17:23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 사진 = MBN
"역사적 몰이해로 황당무계 마타도어"
"역사인식 부재 마타도어 말고 역사지식 부재 해결해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일 미청산·미군 점령군' 발언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크게 비판하면서 논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 지사는 이육사문화관에서 친일세력들이 미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나.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해서 이육사 시인 같은 경우도 독립운동하다가 옥사하셨지만 나중에 보상이나 예우가 부족하다. 친일잔재가 완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재명 "역사적 몰이해로 마타도어"

이재명 경기도지사 / 사진 = 경기도

3일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해와 왜곡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려 "해당 발언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기 전 미군정기의 해방공간에서 발생했던 일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승전국인 미국 군대는 패전국인 일제의 무장해제와 그 지배영역을 군사적으로 통제하였으므로 '점령군'이 맞는 표현"이라면서 "미군 스스로도 '점령군'이라고 표현했으며, 미군은 한반도를 일본의 피해 국가가 아니라 일본의 일부로 취급했다"고 했습니다. 맥아더 포고령에서 확인할 수 있을뿐 아니라 많은 역사학자들이 고증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1905년 카쓰라테프트 밀약으로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1910년 한일합방을 맞교환한 미국 입장에서 한국을 피해국가로 분류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었을 것이고, 한국을 완전한 피해국가로 바라보았다면 '패전국 일본 대신 피해국 한국'을 분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역사적 몰이해 때문에 '그럼 점령군 주한미군을 몰아낼 것이냐'는 황당무계한 마타도어 마저 나온다"면서 "주한미군은 독립정부의 공식적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해온 군대"라고 했습니다. 같은 군대라도 전승국 군대로서 패전국을 점령한 군대와 독립국가와의 조약에 따른 주둔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독립된 한국정부와 패망 후 점령당한 일제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을 두고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친일잔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고, 이육사 시인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공격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역사인식 부재'라고 마타도어 하기 전에 본인의 '역사지식 부재'부터 먼저 해소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마타도어 공세를 하시는 분이 속한 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과거 친일재산환수법안에 대해 전원 반대하였던 기억과 함께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떠오른다"고 일침을 날렸습니다.

오세훈 "철지난 운동권 역사관"

오세훈 서울시장 / 사진 =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제(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님, 당신은 과거입니까 미래입니까?'라는 글을 올려 이 지사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오 시장은 "이재명 경기지사께서는 충격적인 역사관을 밝히셨다"며 "친일파와 미국 점령군이 합작해서 만든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입니다. 이 지사는 나라의 시작이 깨끗하지 못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고 이 지사를 정조준했습니다.

아울러 "국민 편가르기에 역사를 이용하는 모습을 개탄한다"면서 "어려웠던 소년이 경기지사직에까지 오르고 대통령에도 도전할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정통성을 더 이상 부인하지 마세요"라고 밝혔습니다. 이 지사 스스로의 인생경로를 비판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숙한 좌파 운동권 논리를 이용해 당내 지지는 조금 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세대의 지도자가 되기는 어렵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비판을 이 지사가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받아친 것인데, 오 시장은 오늘(3일)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이 지사의 발언을 재반박했습니다.


오 시장은 "역사지식의 부재? 제가 보기엔 역사왜곡"이라며 "안타깝다. 이재명 지사가 끝내 '미군은 점령군'이라는 입장을 고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철지난 운동권의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대선후보를 우리 국민이 어떤 심정으로 보고 있겠나"라며 "한·미 동맹의 가치마저도 부인해 버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에 가슴이 철렁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정부 수립 당시 지도부 모두 자유와 독립을 위해 여러 번 목숨을 건 분들이었다. 이승만 대통령, 신익희 국회의장, 김병로 대법원장, 이시영 부통령"이라며 "이 지사님의 대한민국 출발에 대한 이해가 기초부터 잘못됐다. 역사를 왜곡하지 마세요"라고 했습니다. 이 사실을 외면하는 것은 '역사지식의 부재' 정도가 아니라 '역사왜곡'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 "건국 영웅들의 열정과 희생을 지지했고 6·25 전쟁의 참화를 겪는 동안 함께 피를 흘리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준 고마운 우방, 즉 혈맹"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이 지사의 말씀에서는 자유세계의 동반자에 대한 고마움도 연대감도 느껴지지 않는다"며 "국내 정치를 위해 국제 정치마저도 불안으로 몰고 가는 저열한 정략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정치는 국민의 삶을 더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 본질"이라며 "권력을 얻기 위해 나라의 기초를 뒤흔드는 극언도 마다하지 않는 불안한 정치, 불안정한 지도자를 우리 국민은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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