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58년 해로' 노부부 떠날 때도 함께해…美붕괴 침대서 나란히 발견
입력 2021-06-30 14:46  | 수정 2021-09-28 15:05
다음달 결혼 59주년 앞두고 참변
유족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는 사실에 위로”

미국 플로리다주의 12층 아파트 붕괴 참사의 잔해 속에서 58년간의 결혼 생활을 한 미국의 노부부가 침대에서 나란히 누워 숨진 채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29일 미 CBS 마이애미 등에 따르면 구조 당국은 지난 24∼25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 지역의 무너진 아파트 '챔플레인 타워' 잔해에서 82세 안토니오 로자노와 그의 아내 80세 글래디스의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노부부의 아들 세르지오는 "두 사람이 발견 당시 함께 누워있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며 다음 달 부모님의 결혼 59주년을 축하하는 모임 대신 장례식을 준비하게 됐다면서 슬퍼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12살에 쿠바에서 처음 만난 후 마이애미로 옮겨와 1960년 초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았습니다. 이후 해변을 보며 살고 싶다는 소원에 최근까지 이 아파트의 9층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르지오는 생전 두 사람이 서로가 먼저 죽으면 어떡하냐는 등의 농담을 했다면서 "아버지는 '계란프라이도 못 만든다. 당신이 죽으면 나도 죽을 것'이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각종 요금을 내는 법을 모른다고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당시는 부모님께 '제가 해드리겠다'고 했지만 결국 두 분이 함께 돌아가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가족이 매우 힘들어하고 있지만 두 사람이 마지막까지 함께였다는 사실에 위로받고 있다면서 "부모님은 정말 멋진 분들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세르지오는 아파트가 무너지기 전날 저녁 부모님 집에서 식사한 후 건너편에 있는 '챔플레인 이스트'의 자택으로 돌아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 어머니를 안아드리고 아버지와 인사한 후 나왔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아파트가 무너졌을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토네이도가 온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집 발코니에서 부모님 집의 주방을 볼 수 있었다던 세르지오는 "어머니가 요리하거나 아버지가 앉아있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는데 더는 볼 수 없게 됐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또 그들의 손자인 브라이언 로자노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항상 누가 먼저 죽는 것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사셨다"면서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마지막까지 함께했기 떄문에 다행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두 분 모두 암에 대한 비영리 단체에 열심히 기부하셨다"라며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항상 노력한 그들의 영혼은 정말 아름다웠다"고 그들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미 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1명이며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는 약 150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 jdb98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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