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모녀 살인' 김태현 "큰딸 쉬는날 골라 범행"…우발적 살인 주장
입력 2021-06-29 21:07  | 수정 2021-07-06 22:05
'큰딸 가족 살해 우발적이었나' 공방 치열
검찰 "죽일 생각이었다에서 우발적이었다라고 말 바꿔"
변호인 "청테이프는 살해가 아닌 제압용"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이 두 번째 공판에서도 '우발적 범행' 주장을 이어갔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족을 죽일 생각이 있었다"에서 "우발적이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정황이 공개됐습니다.

특히 김씨는 큰딸 A씨가 출근하지 않는 날을 미리 파악해 범행 날짜를 골랐다고도 답한 것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 심리로 오늘(29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 측은 김씨가 앞서 수사 기관에서 범행 동기와 당시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김씨는 살인, 절도, 특수주거침입, 정보통신망침해, 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상황입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A씨 집에 지난 3월 23일 택배 기사로 위장한 후 찾아가 A씨 여동생과 어머니를 먼저 살해한 후에 귀가한 A씨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 측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장소를 피해자 주거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딱히 다른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며 "피해자(큰딸)가 늦은 시간에 퇴근하기 때문에 그 전에 집에 들어가 범행을 준비할 생각이었다"고 답했습니다.

또 검찰 조사에서 큰딸 A씨가 출근하지 않는 날을 미리 파악한 뒤 범행 날짜를 골랐다고 말했습니다. A씨가 범행 당일인 지난 3월 23일 이후 24일과 25일 양일 간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사흘 전부터 알았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A씨 집에 여동생이 있다는 건 알았으나 남자 가족이 없다는 건 알지 못했다"면서도 "남자가 있어도 제압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때는 그만큼 배신감과 상처가 컸고 시간이 갈수록 화가 커져 범행을 저질렀다"고도 했습니다.

검찰 조사에서 김씨는 범행 도구를 훔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돈 주고 사는 것이 꺼림칙했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범행 이전에 살해 방법과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으로 검색했다"고 인터넷에서 '경동맥' 등 급소를 검색한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애초 김씨는 "가족들을 죽일 생각이 있었다"고 진술했는데 "A씨 가족들을 죽인 것은 우발적이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병원 퇴원 후에 몸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조사를 받다 보니 빨리 끝내고 싶어서 경찰의 질문에 '네네'라고 답한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김씨가 "죽일 생각이었다"에서 "우발적이었다"라고 말을 바꾼 점, 큰딸 A씨의 가족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찾아갔다는 점, "가족이 범행에 방해가 된다면 살해할 의도를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전문가 심리 분석 등을 근거로 김씨가 계획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반면 김씨의 변호인 측은 연신 김씨 범죄의 '우발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씨 변호인은 "심리분석결과 'A씨 가족을 모두 살해하고자 사전에 계획한 사실이 없다'는 김태현의 진술은 거짓이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며 "범행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고 도주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극단적 선택을 의도한 것이 맞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A씨 가족들에 대해서는 살해가 아닌 제압을 위해 청테이프를 준비했다"며 당일 범행 현장에 침입하고 한 시간 뒤에 이웃 주민이 비명을 들은 정황 등을 근거로 언급하며 "A씨의 여동생이 반항해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씨가 범행 장소에서 자살을 시도했으나 숨질 만큼의 자해를 하지는 않았다는 게 검찰 측의 반대되는 주장입니다. 또 검찰이 조사에서 '큰딸 주거지를 범행 장소로 택한 이상 가족을 죽이지 않고 큰딸만 죽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그러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검찰은 김씨의 사이코패스 점수는 17점으로 재범 위험성은 중간 수준이지만 거절에 대한 높은 취약성, 과도한 집착(편집증), 피해의식적 사고와 보복심리 등을 주되게 가진 것으로 통합 심리분석 결과 드러났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을 양형증인으로 신청하는 한편 김태현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재판부는 다음 달 19일을 3차 공판 기일로 지정했습니다.

김씨의 변호인은 경찰 조사 당시 진술 내용 모두 증거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 heyjude@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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