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배달기사 잡는 'AI 배달 앱'…'직선거리 배정'의 함정
입력 2021-06-29 19:20  | 수정 2021-06-29 20:17
【 앵커멘트 】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 배달 앱은 일상생활의 필수가 됐죠.
그런데 배달 노동자에게는 아주 위험천만한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배달 앱이 알려주는 배달 거리와 시간은 직선거리 기준으로, 실제 거리와 소요 시간은 두 배 이상이어서 배달 기사들은 목숨을 건 질주를 하기 일쑤입니다.
정태진 기자가 배달 노동자와 함께 동행해봤습니다.


【 기자 】
배달 노동자 김두하 씨가 받은 배달 주문은 서울 종로구 음식점에서 용산구 가정집까지입니다.

인공지능, AI에 기반해 배달 앱이 안내한 거리는 2.3km, 그런데 이는 실제 주행할 경로가 아닌 직선 최단 거리.

실제는 어떨까

도심을 거쳐 도착한 실제 주행 거리를 확인해보니 4.5km입니다.


앱이 안내한 거리보다 두 배 더 멀고, 소요 시간도 25분으로, 안내보다 9분 더 걸렸습니다.

다른 주문을 받았더니 이번엔 남산을 직선으로 통과해 가라고 안내합니다.

직선거리 3km이지만 굽이굽이 돌아가면 7.8km입니다.

▶ 인터뷰 : 김두하 / 배달 노동자
- "직선으로 해서 산을 뚫고 갈 수도 없고 빌딩을 뚫고 갈 수도 없고 그래요."

식당과 소비자는 배달앱에서 안내한 시간 안에 도착하는 걸로 알고 있어, 시간을 맞추려면 신호등도 속도제한도 무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김두하 / 배달 노동자
- "애초에 그 시간에 맞춰서 음식을 가지러, 음식을 가져다 드리러 갈 수가 없는 시간입니다."

배달 노동자가 받는 배달요금은 직선거리에 맞춰 지급되다 보니, 실제 일한 것보다 적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AI 배차를 거절했다가는 다음 배차 할당에서 소외되는 불이익도 감수해야 합니다.

▶ 인터뷰 : 박정훈 /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AI를 이용해서 사실상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AI의 실시간 배달료 정책을 폐기하고 기본 배달료 인상을…."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이 아직 입법조차 되지 못한 사이 배달 노동자는 엉터리 AI의 지시에 따라 죽음의 질주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태진입니다. [ jtj@mbn.co.kr ]

영상취재 : 김재헌 기자, 이동학 기자
영상편집 : 박찬규
그래픽 : 최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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