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삼성 오스틴 공장 한복판서 美반도체회의 열려
입력 2021-06-29 11:10  | 수정 2021-06-30 11:38

미국 내 170억 달러(약 19조원)의 첨단 반도체 공정 구축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서 28일(현지시간)반도체 공급망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회의를 소집한 인사는 존 코닌 텍사스주 상원의원(공화당)으로 삼성 공장에 델, AMD, 인피니언, NXP 등 굴지의 반도체 회사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삼성 미국 공장 내에서 미국의 반도체 산업 재건(Chips for America)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굴지의 반도체 업체들이 삼성 오스틴 공장에서 자리를 함께 한 데는 존 코닌 의원의 영향력이 한몫 했다.

그는 민주당 마크 워너 상원의원과 함께 미국 내 반도체 기업 지원 법안을 주도해온 핵심 인물로, 지난 17일 미국 내 반도체 제조장비·설비 투자기업에 25%의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초당적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토종 반도체 회사들은 물론 한국의 삼성전자,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등 미국에서 현지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외국기업에도 동일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분의 성공을 일궈온 삼성전자는 올해 말부터 170억 달러를 추가 투입해 초미세 공정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관련해서 한국 정부는 최근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안을 발표하고 반도체산업 시설투자에 10~20%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면 기업 규모별로 지원 수준을 달리해 △대기업 10% △중견기업 12% △중소기업 20% 등으로 차등 책정했다.
반면 미국 상원의 25% 세액공제 발의안을 보면 한국 정부 결정보다 과감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물론, 한국처럼 대기업·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별로 혜택을 달리하는 원칙도 설정하지 않았다.
그간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의 후보지역으로 미국 텍사스·애리조나·뉴욕주와 함께 '한국'을 제4의 후보지로 거론해왔는데, 삼성이 실제 투자를 단행할 경우 시설투자 세액공제율만 보더라도 한국이 아닌 미국에 투자하는 게 사업 성공 가능성과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더 온당하다.
더구나 텍사스주는 별도 재산세 감면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삼성전자는 약 1조원대의 파격적인 세 감면 혜택을 요구해왔다. 기업투자·일자리 증대를 위해 세법 행정에 유연한 입장을 취하는 주정부를 상대로 기업은 인센티브 협상을 전개할 수 있다. 한국의 경직된 세법 행정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모습이다.
코닌 상원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삼성이나 다른 반도체 회사들이 미국 내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이런 자금 지원과 세액공제 혜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첨단부문의 투자 극대화를 위한 인센티브 정책이 생색내기용이 아닌 투자의 선결 조건임을 분명히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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