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류승우)는 29일 열린 오 전 시장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심 판결 선고는 지난해 4월 사건 발생 후 1년 3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권력에 의한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류 부장판사는 "피해자 심정은 처참하고, 저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느낀 감정은 참담했다"며 "피고인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앞에 서서 이끄는 사람으로 피해자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말했다. 류 부장판사는 "정치가 들어설 게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것과 관련 없다"며 "고통받지 않아야 할 사람이 아직 고통받고 있다. 조금 더 공감하고 자제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쟁점이 된 강제추행치상죄와 관련해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8일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피해자와 오거돈 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오 전 시장 성폭력은 명백한 강제추행이며 상해 인과성이 명확하다"며 오 전 시장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부산성폭력상담소]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조직의 장인 피고인의 업무수행 중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이 사건을 당해 매우 치욕적이고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인정되고 상처로 남았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이 사회적 관심이 높고 수사 장기화로 피해자 고통이 더 커진 것으로 예견할 수 있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사진 제공 = 부산성폭력상담소]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께 부산시 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2월 A씨를 또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4월 시장 집무실에서 직원 B씨를 추행하고, 이 직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게 한 혐의(강제추행치상)를 받고 있다.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방송 운영자들을 고소한 것에 대해서는 되레 무고 혐의로 기소됐다. 오 시장은 지난해 4·15 총선 직후인 4월 23일 성추행을 고백하고 시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는 항소를 통해 가해자가 엄중히 처벌받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오늘의 판결은 권력형 성폭력을 뿌리 뽑고 성적으로 평등한 세상을 앞당기는데 부족하다"면서 "권력형 죄를 더 엄중히 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