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폭' 이재영·이다영, 피해자들 고소…"복귀 반대" 시위 등장
입력 2021-06-29 07:53  | 수정 2021-09-27 08:05
(왼쪽부터) 배구선수 이다영, 이재영 / 사진=MK스포츠
쌍둥이 측 법률대리인 "명예훼손 고소"
피해자들 "배구 볼 때마다 트라우마"
누리꾼들, '복귀 반대' 트럭 시위 동원

지난 2월 배구계를 넘어 사회 전반을 뒤흔든 학교 폭력(학폭) 논란의 당사자 쌍둥이 배구선수 이재영과 이다영(24·흥국생명)이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피해를 호소한 폭로자들이 이들로부터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재영·이다영의 이같은 행보에 일부 누리꾼들은 "흥국생명 빼고 전부 반대하는 학폭 가해자의 컴백" 등의 문구로 트럭 시위까지 나선 상황입니다.

어제(28일) MBC는 이재영과 이다영으로부터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이들의 고소로 지난주부터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지난 2월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학폭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해당 글에는 '칼로 위협했다', '부모님 욕을 했다', '강제로 돈을 걷었다' 등 21종류의 폭력에 대한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며 "반성한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무릎을 꿇고라도 사과하고 싶다"라는 내용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SNS에서 자필 사과문을 삭제하고 "폭로자의 폭로 내용 중 틀린 부분이 많아 피해가 컸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쌍둥이 자매의 법률대리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며 "21가지 가해를 저질렀다는 피해자들의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학교 폭력 피해 폭로자 C 씨는 인터뷰에서 "매일 매일 지옥이었다. 저희는 항상 맞아야 했고, 항상 욕을 먹어야 했다. 그것도 동기인 애들한테 그렇게 혼나니까"라고 호소했습니다.

C 씨는 "항상 맨날 맞고 또 욕먹고. '네 어미 네 아비가 뭐 교육을 그렇게 했냐'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했다"며 "자기 분을 못 이겨서 칼(과도)을 들고 오더니 갑자기 칼을 제 목에 대더라. 막 벽에 찌르고, 막 목에 대고 피 나고 이랬던 것 같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도 "걔네랑 같이 숙소 생활 안 한 사람들은 모를 거다. 걔네가 얼마나 악랄한지"라고 전했습니다.

피해자 A 씨는 "마음에 안 들면 입 때리는 건 기본이었고, 그냥 지나가다 주먹으로 어깨 치는 게 기본이었다"며 "그 트라우마를 가지고 그 좋아하는 배구를 볼 때마다 걔네가 있으니까 계속 생각이 난다"라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왼쪽부터) 배구선수 이재영, 이다영 / 사진=MK스포츠

이재영과 이다영의 코트 복귀 소식은 지난 22일 김여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단장이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30일 선수등록 마감일에 맞춰 이들을 선수로 등록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전해졌습니다. 특히 김 단장은 최근 그리스 이적설이 나온 이다영의 해외 진출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연맹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쌍둥이 자매가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였을 때 소속팀 흥국생명과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각각 "해당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정지를 결정했다", "모든 국제대회에 이재영, 이다영 선수를 무기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 제외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이같은 결정에 누리꾼들은 "'무기한'이라는 것은 구단과 협회가 두 선수를 필요로 하게 되는 시기가 된다면 언제든 해당 징계를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결국 이들이 4개월 만에 복귀 절차를 밟자 여론은 더욱 악화했습니다.

이에 어제 일부 누리꾼들은 이들의 배구계 복귀 반대를 피력하고자 서울 도심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트위터 계정 '여자배구 학폭 가해자 복귀 반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두 자매의 복귀 반대 문구가 나오는 전광판을 실은 트럭이 서울 광화문 일대와 상암동 일대를 오갔습니다. 광화문에는 흥국생명보험 본사가, 상암동에는 한국배구연맹이 있습니다.

이들은 "흥국생명 빼고 전부 반대하는 학폭 가해자의 컴백", "학폭 논란 고작 4개월 만에 복귀를 도모하는 흥국생명", "학폭 가해자 해외 취업 직접 알선한 흥국생명 너희도 같은 가해자다" 등의 문구를 트럭 전광판을 통해 내보냈습니다.

한편, 어제 오후 이재영·이다영의 선수 등록과 관련해 언론사에 입장 발표를 예고했던 흥국생명은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이를 돌연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 jejuflower@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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