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野 "최재형 우리와 공존 가능" vs 與 "고위직 발판 삼아 야권 후보"
입력 2021-06-28 13:24  | 수정 2021-07-05 14:05
최재형, 대권도전과 관련해선 말아껴
"차차 말씀드릴 기회 있을 것"

‘최재형 때리기’ 집중 공세 나선 여권
이준석 “고독한 결단 필요”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돼 온 최재형 감사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최 원장은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한 물음에 역할과 관련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에 여권에서는 최 원장의 대권 행보를 경계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재형 임기 마치지 못해 송구하다”


최 원장은 오늘(2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원장은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했습니다.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최 원장은 제가 사임하는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로써 최 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비슷한 사퇴 수순을 밟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직 인사로서 정권과 대립하면서 야권 대권주자로 부상한 뒤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입니다.

최 원장은 한동안 잠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한 공개적 행보를 자제한 채 출마를 고심하는 기간을 가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한편 최 원장은 사법연수원장을 지낸 판사 출신이며 지난 2018년 1월 임기 4년의 감사원장에 취임해 내년 1월 1일까지 임기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與, 최재형 때리기 ‘맹공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견제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최 원장이 끝까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 자리를 지켜주길 바랐는데, 그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너무나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권 도전에 대해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고, 법조인의 한계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대선기획단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강훈식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부여한 제도적 장치로 임기를 보장한 감사원장이 그만두고 나온다”며 야당도 오죽 인물이 없으면 여당에서 일하던 분을 데리고 가야 하겠나”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017년 말 최 원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었던 우상호 의원은 정권의 고위직을 발판으로 삼아 야권의 후보가 되겠다는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공직윤리에 맞지 않는다”며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덧붙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징계하려고 들었기 때문에 불만을 갖고 이탈할 수 있다고 보는데, 도대체 최 원장은 왜 간다나”라며 사의 표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여권 주자들의 쓴소리도 이어졌습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BBS라디오에서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은 정치와 거리가 먼 자리 아닌가”라며 현직에 있다가 정치로 직행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지 저도 국민 시선과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최재형 방지법'을 공약으로 내건 양승조 충남지사는 CBS라디오에서 이들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이전의 감사·수사 방향에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정치적 중립성의 근본적 훼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野 우리와 공존할 수 있는 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힌 최재형 감사원장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자리에서 정치 참여에 대한 부분은 어느 당 밖 주자라 하더라도 고독한 개인의 결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최 원장에 대해 항상 좋은 평가를 하고 있고 충분히 공존할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대표는 다만 정치라는, 국가를 위한 또 다른 봉사는 고독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푸시(밀고)하지도. 풀(당기고)하지도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최 감사원장의 향후 진로에 대한 건 사실 그분의 몫”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감사원장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야 되는 게 잘 돌아가는 정부의 모습”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 jzero@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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