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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거래소 사고에 면책' 은행 요구…금융당국 내달 결론
입력 2021-06-27 15:38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등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은행에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기준' 제정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면책 기준을 주면 현재 지지부진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확인 계정 발급이 확대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에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비조치의견서를 줄 것인지 여부를 내달 중 결정할 계획이다. 비조치의견서는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제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열어준 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은행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의견을 금융위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해야 한다. 이 때 신고 필수 요건이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다. 은행에서 개설한 계좌를 기반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제도다. 은행들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열어줄 때 가상화폐 거래소의 위험 요소를 평가한다. 사실상 은행이 거래소의 위험도 평가를 떠안는 구조다. 이 때문에 현재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 있는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는 물론 중소형 거래소들은 계약을 맺을 은행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에 관련 지침을 주지 않는 이상 먼저 나서서 위험을 부담할 은행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만약 금융당국이 은행에 면책 기준을 주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거래소들이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일부 중소형 거래소들이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이나 소송을 낼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금융위가 직접 거래소를 검증하지 않고 사실상 은행에게 검증을 떠넘겨 많은 거래소가 은행의 심사조차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거래소들의 주장이다.
일부 거래소의 독과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4대 거래소만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 2018년 정부가 실명계좌 발급을 기준으로 대형 거래소 위주로 시장을 만들면서 일부 업체들이 경쟁력이 아닌 '운'으로 우월적 지위를 얻었다는 주장이다. 한 중소형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문턱을 높이면서 4대 거래소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며 "소비자들의 선택이 아닌 사실상 특혜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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