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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 그 때는 차마 국가대표가 꿈이라 말하지 못했다
입력 2021-06-27 13:46 
오지환은 한 때 국가대표가 꿈이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젠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그땐 몰랐다. 진심으로 관심을 떼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단호하게 말했었다.
하지만 속내까지는 다 파악하지 못했다. 그는 꿈을 꾸고 있었다. 차마 그 꿈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을 뿐이었다.
국가대표 유격수 오지환(31.LG) 이야기다.
날짜도 잊지 않는다. 1월15일이었다. 통화가 연결돼 오지환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을 기회가 생겼다.
그 중 국가대표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누구보다 태극 마크에 가깝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던 오지환이었다.
오지환에게 국가대표에 뽑히는 것을 목표로 하는지 물었다.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지환은 "모든 목표가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우승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야구를 잘 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라고 말했다.
거듭 국가대표에 목표를 두지 않느냐고 물었다. 오지환의 답은 이때도 똑같았다.
오지환은 "시즌이 끝났을 때 "야구 참 잘 했다"는 소리만 들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골든 글러브나 대표팀 선발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 욕심도 없다. 그저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지환이 실제로 국가대표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기자의 짧은 생각이었다. 차마 말하지 못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실수였다. 사과를 하고 싶은 단견이었다.
오지환은 국가대표를 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말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국가대표가 된 뒤에야 자신이 국가대표를 꿈으로 생각해 왔음을 털어 놓았다. 예상은 못했지만, 마음속으론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오지환은 국가대표가 꿈이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3년 전의 시간이 그가 자신있게 국가대표를 꿈으로 생각한다는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
오지환은 국가대표에 다시 선정된 뒤 비로서 속 마음을 털어 놓았다.
오지환은 항상 대표팀은 꿈의 자리다. 그 중심에 있다는 게 기쁘고 설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직접 눈으로 선배님들이 하는 걸 봤다. 올림픽에 대한 마음이 다른 것 같다. 아시안게임과는 여러가지로 다르다. 팬 분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높아졌기 때문에 그거에 맞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게 최고라 생각한다”며 3년 전에는 다시 한 번 대표팀에 뽑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되갚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때 해보지 못했던 걸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다”고 다짐했다.
이제 오지환이 국가대표가 되는데 논란의 여지는 없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오지환이 가장 수비를 잘하는 유격수"라는 말로 모든 것을 정리했다.
남은 건 꿈의 무대에 가서 가진 기량을 모두 펼치고 오는 것이다. 차마 말로 하지 못했던 꿈의 무대에 서게 된 만큼 신명나게 가지고 있는 것을 펼치고 오길 바란다. 충분한 자격도 충분한 실력도 지닌 오지환이기 때문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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