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빚투·영끌족 금리인상 '오리무중'에 대출상환 고민 커진다
입력 2021-06-27 06:58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하고있다. [김호영 기자]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공식화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20·30세대의 빚 문제는 규모면에서도 엄청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0.5%인 기준금리가 경제 상황과 맞지 않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 총재는 최근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연내'로 못 박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빠르면 오는 8월께부터 금리인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향후 7월과 8월, 10월과 11월에 예정돼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1~2번 올린다고 해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도 했다. 내년 3월 자신의 임기 종료 이전에 2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베이비 스텝으로 두 차례 올리면 1%가 된다.
문제는 주택 가격이다. 지난 22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은 장기 추세와 소득대비비율(PIR) 등 주요 통계지표를 볼 때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고평가됐다"고 진단했다. 또 국내 금융 불균형이 축적된 상황에서 경제가 대내외 충격을 받으면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리를 파격적으로 올려 대출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 대출금리는 이미 상승세를 탔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2.91%(신규 취급액 기준)다. 이는 지난해 1월(2.95%)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금리의 선행지표인 채권금리도 오르고 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4일 1.3849%를 기록한데 이어 25일 오전 11시30분 현재 2.31%포인트 오른 1.4160%를 기록, 연고점을 갈아 치우고 있다.

채무상환 능력 떨어지는 2030 빚투·영끌 부메랑 맞을수도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국회에 제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가계와 기업부채를 합한 민간신용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16.3%였다. 즉 가계·기업 빚이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2배를 훌쩍 뛰어 넘었다는 의미다. 1분기 가계와 기업부채를 합한 총 규모는 3167조2000억원에 달한다.
[사진 = 매경 DB]
한국은행은 경기회복 속도에 비해 채무가 가파르게 불어나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대내외 충격에 취약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 등으로의 쏠림화가 자산시장 과열을 부추겨 금융불균형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영끌·빚투로 대변되는 20·30세대의 부채문제는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과 선제적 관리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가계대출을 새로 받은 신규차주 가운데 30대 이하 비중은 58.4%, 신규 대출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3%를 기록했다. 이 비중이 지난 2018년 각각 51.9%와 46.5%였던데 비하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말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가운데 2030의 대출잔액은 2020년 말 현재 130조원으로 1년 전보다 16.1% 급증했다.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20대의 카드론 대출잔액은 8조원 수준으로 전년 말 대비 16.6% 증가했다.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 상대적으로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2030 젊은층이 빚투·영끌의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연령층을 압도하는 청년층 가계대출 급증세는 주로 주택 가격 상승 기대와 주식, 코인 등의 레버리지 투자 열풍에 편승하기 위한 것 같다"면서 "특히,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 했으나 이후엔 신용대출이 증가세에 가세하는 모양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올 1분기 말 현재 181.1%(전년 동기 대비 18% 포인트 상승)를 기록하며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도 크게 악화하고 있다. 특히, 2020년 말 현재 청년층의 소득대비 부채 비중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크게 악화(청년층 23.9%포인트 악화, 40대 13.3%포인트, 50대 6.0%, 60대 이상 -3.2%)돼 상환부담 위험이 빠른 속도로 누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부채관리 모드 전환…1년은 변동·3년 이상은 고정금리 유리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70% 이상이 변동금리인 현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곧 주택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자 상승으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와 함께 자산가치의 하락은 차주들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앞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빚을 최소화 하고, 신규투자 대신 대출상환에 더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는 부채관리 모드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금리인상 시 예금 금리는 서서히 올라가지만, 대출이자는 급격히 불어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사진 = 매경 DB]
만약 부득이하게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1년짜리 단기대출은 변동금리를, 3년 이상 장기대출은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이미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상황과 시점을 봐가면서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낫다. 고정금리로의 전환은 수수료 없이도 가능하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은 금리가 높아 먼저 갚아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금리 인상기에 주택담보대출은 일시상환보다는 '분할상환'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기존 대출자도 원금분할상환 대출이나 원리금분할상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는 변동금리 보다 고정금리(혼합형)를 선택하는 것이 금리 상승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당장의 금리만 놓고보면 변동형이 이자가 더 싸기 때문에 선택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변동형 대출이 상당기간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는 속도가 완만할 경우 변동형을 유지하다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대출 후 3년)되는 시점에 고정형으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