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무늬만 청년 정치?
입력 2021-06-23 20:05  | 수정 2021-06-23 20:31
스웨덴의 작은 마을 알메달렌에서는 매년 7월 '정치박람회'가 열립니다. 8일 동안, 국회에 의석이 있는 모든 정당이 참여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세미나를 개최하죠. 골목 곳곳에서는 전국에서 온 청소년들이 정치인 등과 토론을 하며 정치적 역량을 키웁니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교수는 책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에서 '정치의 새로운 틀을 세우려면 능력 있는 청년 정치인을 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라고도 했죠.

그럼, 우리 정치는 어떨까요? 서른여섯 살의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의 얼굴이 되면서 청년정치가 정치권의 화두로 급부상했습니다. 청와대는 청년비서관에 대학생을 임명하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청년특임장관직 신설을 제안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막상 청년 정치의 주역인 20~30대는 정치권의 이런 구애에 시큰둥합니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이생망' 한탄을 쏟아내는 청년들은 4.7 보궐선거 결과와 이 대표 돌풍에 화들짝 놀란 정치권이 급한 김에 '청년 마케팅'을 또다시 꺼내 든 것일 뿐이라고 보거든요.

MZ세대는 '상실의 세대'라고 자조합니다. 뭘 상실했다는 걸까요. 바로 꿈과 희망입니다. 청년들은 무늬가 아닌 진짜 청년 정치를 통해 그들의 잃어버린 꿈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기득권 정치 세력은 진짜가 아닌 무늬만 갖춘 청년 정치를 선택해왔습니다.

그래서 행정고시를 패스해 5급이 되고, 30년을 근무해도 2급 공무원이 될까 말까 하는 시대에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대학생을 1급 공무원, 청와대 비서관에 세운 것에도, 반기는 게 아닌 불만을 표하는 겁니다.

청년 일자리는 줄고, 탈원전에 따른 부담, 복지라는 이름의 온갖 지원으로 생기는 부담은 미래 세대에 다 떠넘기면서 시늉일 뿐이라는 거죠.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책 '게으른 정의'에서 '기성 정치 권력이 청년들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개인을 골라, 특혜성 자리를 마련해 주는 지금의 청년 정치는 기성정치의 식민지'라고까지 했습니다. 꿈이 멈추는 순간, 곧바로 늙음은 시작됩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무늬만 청년 정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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