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하태경의 '발칙한 상상'…"2030 쉐도우 내각 제안"
입력 2021-06-23 12:30  | 수정 2021-09-21 13:05
하태경 "출마 선언 후 '이준석이랑 짰냐' 많이 들어"
"조국사태로 출마 결심…민심 요구는 '시대교체'"
"이준석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국민 대찬성"
"정당 공천시스템·인력충원 구조 부실·불공정·불신 방증"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현재 한국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정책 제안,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한 제안을 내놨습니다.

"왜 시대교체인가"

23일 하 의원은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왜 시대교체인가"를 주제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방송에는 최근 크게 화제를 모은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 작가도 강연자로 참여했습니다.

하 의원은 "대선 출마 선언하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하태경 니가 뭔데 대통령 출마야? 이준석이랑 짰냐?'는 것"이었다면서 "출마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조국사태였고, 출마를 결심한 건 4·7 재보선 직후, 2030 에너지가 결집하는 것을 보면서였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내세운 것은 '시대교체'입니다. "4·7 재보선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민심의 요구는 한마디로 시대교체라고 생각한다"며 "시대교체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2030 쉐도우 내각 만들자"

하 의원은 21세기 사회에 우리 정치는 20세기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며 기존 정치 관행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을 치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시험 치는 게 민주주의냐 일부 반발이 있는데 국민들은 대찬성을 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정당들 공천시스템, 인력충원 구조가 얼마나 부실하고 불공정하고 국민들의 불신을 받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성할 일이지 반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가 21세기 정치로 넘어가기 위해선 기성 정치인들은 사고 체계를 확장하고, MZ세대의 생각을 정치에 투입하는 쌍방향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것을 '확장적 세대통합'이라고 부르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대 간 합의 민주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성세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낡은 관성을 지속하면 어떤 정당이든 크게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2030을 중심으로 한 MZ세대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대선 전략으로 2030 쉐도우 내각을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가 추진하는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의 형식을 차용해 각 부문별 정책 공모와 토론배틀을 거쳐 '청년 내각'을 구성하자는 제안입니다. 현재 정치권이 내놓지 못하는 새로운 해법이나 이준석 대표를 넘어설 출중한 인재가 등장할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아울러 "그렇게 되면 우리도 다른 나라처럼 2·30대 장관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며 "지나친 파격이 아니라 발칙한 상상으로 받아들여주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서구권 주요 선진국들은 정당들의 청년 정치인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20대나 30대 청년이 장관 등 국가 요직에 진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한국사회 특징은 '비동시대의 동시대성'"

하 의원은 한국사회의 주요 특징으로 '비동시대의 동시대성'을 꼽았습니다. "식민지배·전쟁·산업화·민주화·세계화·IMF 사태·정보화 등 다른 나라들은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중대한 사회적 사건이 10년 단위로 펑펑 터지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1950년대·60년대·70년대·80년대, 10년 터울로 나이 차이는 얼마 안 나지만, 각 세대가 경험한 사회문화가 완전히 다른 특이한 현상이 벌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시공간에서 살지만 각 세대별로 머리 속에 입력된 사회적 기억과 정보가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 의원은 "옛날에는 세대 구분을 할 때 기준이 한국전쟁이었는데 요즘은 국민학교 졸업한 세대와 초등학교 졸업한 세대로 나눈다"며 "해외여행 꿈도 못 꾸던 세대와 해외여행 맘대로 다니는 세대, 사회문화적으로 이렇게 구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문민정부 등장 이후 자라난 X세대, Y세대, Z세대들과 70년대, 80년대를 경험했던 모래시계 세대, 586세대의 문화적 인지 방식과 감수성이 완전히 다르다"며 "우리가 어렸을 때 언감생심, 우리는 언제 저렇게 살아보나 부러워했던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스페인, 포르투칼 그리스 어지간한 서부 유럽 국가들을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 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자녀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나 선진국 교육을 받은 선진국 국민"이라며 "글로벌 환경·인터넷 환경이 마치 물과 공기처럼 너무나 익숙한 인류다. BTS·봉준호의 세계제패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세계인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다음 대선부터 2003년생들이 투표권을 행사한다며 "2002년 월드컵, 우리에게는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지만 그들에게 월드컵의 추억은 역사책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1987년 민주화가 자랑스러운 기억인 세대가 있는 반면, 현재의 MZ세대에게는 '사극'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리 자녀들에게는 민주화 시대도 일제시대 이야기 같은 시대사극"이라는 것입니다. 하물며 현재의 60~80세대는 과거 소말리아·아프가니스탄 같았던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이 기억의 관성 때문에 민주화가 되고 세계화가 되고 이미 선진국이 됐는데도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문제들을 자꾸만 20세기 후진국 마인드로 해석하고 80년대 운동권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나라가 선진국이 됐으면 정치도 선진국 마인드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20세기 정치가 21세기를 지배하면서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명묵 "90년대생 '상향 경험' 원한다"

강연자로 나선 임명묵 작가는 "세대간 다른 경험으로 인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저를 포함한 90년대생은 상당히 이질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배경으로 부모세대의 계층화로 인한 계급화를 꼽았습니다. 임 작가는 "90년대생에게 있어 세상이란 완전히 계급화 됐다"며 "한국경제의 이원화 체계에서 참여하는 방식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자본에 의해 좌우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소위 '수출 대기업'과 '영세 중소기업'으로 대표되는 양극화 문제가 90년대생에게는 사회계급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대학진학률 20~30%대였던 한국의 고도성장기에 선택받은 60년대생 소수가 고등교육을 바탕으로 인적자본과 사회·문화자본을 축적해 그것을 적극적으로 자녀들에게 대물림한 결과가 90년대생의 '수저계급론'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입니다. 아울러 임 작가는 "90년대생이 가장 원하는 것은 상향의 경험"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계급화된 사회에서 좌절한 청년세대에 어떤 희망을 제시할지가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주자들의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신동규 기자 / easternk@mbn.co.kr ]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