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격리 호텔 투숙비 없으면 2주 굶어라"…질병청 황당 지침
입력 2021-06-23 09:34  | 수정 2021-06-23 11:43
【 앵커멘트 】
국내 백신 접종자는 해외에 다녀온 뒤 코로나19 검사를 받지만,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음성 확인서를 요구받습니다.
이를 모르고 음성 확인서 없이 입국하면 2주 동안 격리해야 하는데, 장소는 호텔뿐이고, 돈을 못 내면 복도나 로비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음식도 주질 않아 물만 마시고 버텨야 했다는데, 듣고도 믿기질 않습니다.
강대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미국에서 체류하다 지난 18일 입국한 이정범 씨는 방역 당국으로부터 인천의 한 호텔에 격리되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백신 접종 증명서만 있으면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항공사의 설명에, 」음성 확인서는 챙길 생각도 못 했습니다.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르면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음성 확인서가 없으면 2주 시설 격리입니다.」

문제는 이 씨가 한 번에 내도록 돼 있는 투숙비 168만 원을 내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돈을 못 내면 머물 곳은 로비와 복도뿐이었는데, 음식도 주지 않고 외부 음식 배달도 금지였습니다.

▶ 인터뷰 : 이정범 / 시설 격리자
- "돈이 없거나 사정이 안 돼서 이 호텔에 묵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 아니에요? 대안책이 있어야 하는 건데 그냥 생수랑 이거 던져 주면서 여기 2주 동안 있으라고…."

이 씨는 서른 시간 넘게 물 한 병으로 버티다 지인에게 겨우 돈을 빌렸습니다.

지불 여력이 없어 로비에 머물던 입국자는 또 있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시설 격리자
-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급하게 오다 보니까 정보를 많이 소지 못 했던 건 제 잘못인 것 같아요. 그래도 나라에서 가이드라인이 하나도 없는 거라…."

방역 당국은 해당 사례가 극소수라 해결 지침 마련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 인터뷰(☎) : 질병관리청 관계자
- "(음성 확인서를) 안 들고 왔을 때 밥을 주느냐, 뭐를 주느냐 이런 것까지 규정으로 접근하는 거는 조금 적합하지 않아 보여요."

그나마 내놓은 대책은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것 정도입니다.

MBN뉴스 강대엽입니다. [rentib@mbn.co.kr]

영상편집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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