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건축 막차 타자”…낡은아파트 상승률 1년반만에 최고
입력 2021-06-22 17:10  | 수정 2021-06-22 19:38
서울 '재건축 아파트'가 1년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매매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재건축 기대감과 함께 신축 아파트 가격이 부담되는 '영끌족'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재건축 아파트를 택한 현실적 요인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의 6월 2주(1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7%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12월 셋째주(16일) 상승률 0.2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20년 초과 아파트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20년 초과 아파트는 4월 둘째주(12일) 상승률 0.11%를 시작으로 10주 연속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은 5년 이하, 5년 초과~10년 이하, 10년 초과~15년 이하, 15년 초과~20년 이하, 20년 초과 5개 구간으로 조사가 이뤄진다. 이 기간 20년 초과 서울 아파트는 매주 0.1%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재건축 연한(30년)이 가까워지는 20년 초과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다른 구간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은 서울시장 선거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 밀집 지역인 노원구는 이달 둘째주 매매가격 상승률이 0.25%로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노원구는 지난달 10일 0.2%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6주 연속 0.2% 이상을 보이고 있다.
3월 말 9억3500만원에 거래된 상계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지난달 중순 10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약 6주 동안 1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시장 선거를 기점으로 이 일대 재건축 아파트는 부르는 게 값이 됐다"며 "그나마 최근에는 매물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조합원 양도자격 제한 등 향후 강도 높은 규제가 예고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사회 초년생인 30대가 노려볼 만한 아파트는 결국 서울 외곽 재건축 아파트가 주종을 이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30대는 노원구·도봉구·성북구 등 재건축 기대감이 활발한 서울 북부권 아파트를 주로 매수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노원구에서 이뤄진 아파트 거래 1953건 가운데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2%(820건)로 집계됐다. 성북구 역시 30대 거래가 전체 1029건 가운데 42.2%(434건)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40대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강남구·서초구 등에서 활발하게 거래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30대는 자본 축적이 미미하기 때문에 빚을 내거나 전세를 끼고 매입할 수 있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예상되는 아파트를 찾다 보니 중저가 단지가 많은 지역으로 쏠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아파트 시장은 입주 5년 이하 신규 아파트와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해왔다"며 "조합원 자격 양도 강화 등 규제로 일시적으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생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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